![]() |
| 김현진 |
우리는 수직적인 공간보다 수평적인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부 공간의 층고가 높은 집보다는 적당한 층고의 공간과 함께 다락이나 반지하 공간을 갖고 싶어한다. 연계와 통풍을 중요시해서 여닫이보다는 미닫이문, 깊은 집보다 얕은 집이 이에 유리하다. 또한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매개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처마가 있어야 하고 안과 밖을 이어주는 마루가 있는 집을 좋아한다.
또한 추상적인 자연보다는 실제의 자연을 사랑한다. 그래서 콘크리트 바닥과 화분이 있는 옥상 정원이나 마치 갤러리처럼 희고 높은 벽이 만든 보이드 공간보다는 계절감이 있는 땅의 자연을 가까이 두고 그것을 경치의 목적으로 삼고 싶어한다.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계단이나 벽보다는 나뭇잎과 하늘을 보길 원한다. 복잡한 형태보다는 단순한 형태를 좋아하고 인위적인 색깔보다는 재료 자체의 색을 아름답다 느낀다. 그래서 기능에 맞게 여러 모양의 창을 내거나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인공적인 색채를 사용한 집을 어색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택으로 가장 많이 짓는 30평대의 집은 방 2개, 욕실과 화장실 각 1개, 주방과 이어진 거실 하나, 창고 하나면 적당하다. 그 이상을 원하면 거실의 개방감이나 방의 쾌적함 같은 중요한 조건을 잃게 된다. 지붕 아래와 위, 처마 아래의 공간은 잘 설계된 집이 주는 선물이다. 만약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대지가 허락되는 한, 남쪽을 바라보며 동서방향으로 길게 집을 놓고, 맞바람을 일으키도록 남북의 창을 서로 마주 보게 하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 시선의 끝에는 자연이 있으며, 지붕 아래의 공간을 안과 밖에서 누리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서정에 잘 맞다 느낀다. 그래서 한 편의 시처럼 반복성과 수평성이 있는 집이 바로 이 시대에 맞는, 한국적인 집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건축의 화두는 ‘한국적 서정성’이 될 것 같다. 건축을 하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을 정면으로 만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폐쇄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관습적인 건축 사이에서 회의가 들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이제 노출콘크리트나 징크가 아니라, 공간과 자연을 말하고 싶어한다. 우리의 사유와 건축을 통해 벽이 많고, 단순하고, 수평적이며, 땅과 직접적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한국적 서정성을 찾아야겠다. 만약 누군가 이것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보편적 아름다움이 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한국적 서정성](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5/20170531.0102307504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