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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코닥이라는 필름 회사에서 출시된 ‘14N’이라는 구닥다리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있다. 그래도 SLR디지털카메라로서 나름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이 제품은 출시될 때만 해도 보디가 1천만원을 훌쩍 넘었었다. 하지만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진짜 구닥다리가 맞다. 가끔씩은 셔터박스가 먹통이 되기도 하는 이 카메라를 아직도 끼고 있다. 부팅 속도는 지금의 현대식 카메라와 비교하면 태생이 의심될 정도다.
그럼에도 내가 이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게 하지 않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놈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손맛이 느껴진다는 착각 속에서 늦은 부팅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일상의 재연이라고 할 정도의 종교적인 맹신까지도 하게 하는 생명체다.
갑자기 카메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의 항아리가 이와 같았겠구나 싶다. 실용을 넘어선 아름다움에 빠져 민중의 삶이 담긴 공예품을 수집했던 그의 컬렉션은 우리에게도 조선의 미를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적 태도를 가지게 했다. 야나기는 물질은 영혼과 함께하는 양면을 가진 하나의 세계라 여겼다. 인간이 자연과 우주에서 온 실체라면, 물질은 영혼이 담긴 우주에서 온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을 포함한 전체의 자연에는 우주의 영혼인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주에서 신을 발견하듯이 일상의 주변에서 미의 다른 가치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의 사상은 미와 신을 하나로 보는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나는 야나기의 미에 대한 사상이 현대 속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흐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흐트러진 경계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그 의식이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강한 삶의 철학을 만들어 줄 것이다.
요즘의 ‘미니멀 라이프’가 그저 물건을 정리하고 최소화하는 삶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안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가지는 것은 물건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가치는 삶의 철학을 담을 수 있다. 야나기의 신이 카메라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건의 소유는 내가 원하는 삶을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기에 나는 느려터진 그만의 숨소리가 좋고, 내가 원하는 색을 재현해주는 그의 재능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김향금<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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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일상의 발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6/20170629.0102107440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