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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기봉 <꿈바야 대표> |
아이가 집에 없거나 잠들었을 때만 예쁘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를 만났다. 집에선 떼쟁이, 유치원에선 모범생인 민아(가명)는 집과 유치원에서 180도 변하는 아이였다.
아침에 민아가 유치원에 갈 때면 엄마는 그나마 숨을 돌리며 살 것 같다고 고백했다. 편식도 심하고 까탈스러운 민아의 유치원 생활이 걱정스러워 선생님께 “힘드시죠? 밥을 좀 먹긴 하나요” 하고 물었는데, 선생님의 답변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선생님이 “민아는 반찬도 남김없이 밥을 잘 먹어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잘 도와줍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밥도 따라다니며 먹여줘야 겨우 먹고, 옷이며 양말까지 신겨줘야 하는데, 유치원에서는 가장 먼저 손을 씻고, 밥도 잘 먹으며, 다른 친구들도 잘 도와준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하는데, 유치원에서는 알아서 척척하고 다른 친구도 돕는 솔선수범 모범생이라니.
어쩌면 우리는 민아처럼 집밖에서는 모범생이 되는 사람들이 아닐까. 3세 이상이 되면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을 구별할 줄 알고, 집밖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의젓하고 독립적인 행동을 한다. 어른이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친구나 직장 동료 앞에서 보이는 행동이 다른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민아는 집에서 왜 떼쟁이가 되었을까. 민아가 말을 할 때 엄마는 민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늘 떼를 써야만 엄마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니 민아는 떼쟁이가 될 수밖에. 그런 민아엄마도 친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어준다고 했다. 민아엄마도 집에서와 밖에서의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민아엄마는 민아의 어이없는 이야기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민아는 떼를 쓰는 아이가 되었으며 엄마는 떼를 쓰는 민아가 그토록 미웠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하거나 반에서 꼴찌를 하는 아이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한다면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니까 어이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장래희망은 현재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며 조심스레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북도교육청에서 학부모자료를 만들 때 ‘경청은 아이가 이야기할 때 엄마는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정의를 했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이의 말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며 부모의 지식이나 경험으로 아이에게 설명하거나 가르치기보다는 부모가 가만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밖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처럼 집에서도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집에서 떼쟁이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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