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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현장토크'] 꽃자리다방 되살린 서민식씨

2017-07-29

“피란문인의 안식처, 복원하고 싶었죠”

[토요 현장토크] 꽃자리다방 되살린 서민식씨
[토요 현장토크] 꽃자리다방 되살린 서민식씨
지난 2월 문을 연 꽃자리다방. 6·25전쟁 당시 피란문인들의 안식처로 유명했던 꽃자리다방 자리에 같은 업종, 같은 이름으로 영업중이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6·25전쟁 당시 대구 중구 북성로에 있었던 ‘꽃자리다방’은 피란문인들의 안식처였다. 다방은 시대의 광기를 치유하는 소통의 장이었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며 열정을 꽃피운 문학의 산실이었다.

특히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한 구상 시인이, 몸소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쓴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연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출판기념회를 찾은 공초(空超) 오상순은 자신이 주인공인양 말끔히 차려입고 나타나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하루에 담배 스무 갑을 피울 정도로 골초였던 오상순은 구상 시인과 막역한 사이였다. 구상 시인은 오상순이 평소 인사말로 건네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에서 영감을 얻어 ‘꽃자리’라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6.25전란 당시 소통의 장
시인 구상의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곳
전쟁 끝나고 사라졌지만
올해 2월 새단장해 오픈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전쟁이 끝난 후 피란문인들은 썰물처럼 대구를 빠져나갔다. 정확한 시기는 가늠할 수 없지만 꽃자리다방도 결국 문을 닫았고, 건물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골격만 남은 채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지난 2월, 꽃자리다방이 있었던 자리에 같은 업종, 같은 이름의 꽃자리다방이 들어섰다.

새롭게 문을 연 꽃자리다방은 과거를 복원한 공간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출입문 손잡이 옆에는 ‘시간과 공간이 복원된 곳에 행복한 사람들이 흘러가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작게 적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상 시인의 시 구절인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를 적은 벽면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70년대 빈티지 오디오와 50년대 진공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률은 묘한 매력을 더한다.

다방은 30대 후반의 서민식씨가 운영하고 있다.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당시의 구상 시인과 같은 나이대다. 서씨는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단디자인의 대표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리사이클(recycle)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뜯어내고 새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복원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그러던 중 꽃자리다방과 구상 시인의 내력을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졌죠. 다방의 역사를 복원하고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 다방 곳곳에는 낡고 오래된 물품들이 재활용되고 있었다. 카운터 벽면 일부는 50년대 꽃자리다방 시절의 목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고, 낡은 배를 해체할 때 가져온 조명과 공장 철거 때 수거해 온 형광등, 학교 공사를 하다 가져온 복도 바닥도 새롭게 자리를 잡고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식장 공사 후 가져온 둥근 미러볼에서 뿜어내는 빛은 방울지어 가게 이곳저곳을 떠다녔다.

“손님들의 연령대는 다양합니다. 우연히 들른 엄마가 딸에게 추천하고, 딸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소개를 해요.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단골손님이 많이 늘었죠. 3층 루프톱(옥상)에서는 공연과 전시회, 독서모임 등이 열리고요. 커피만 마시고 가는 카페를 넘어 소통과 문화거점으로 사용되고 있죠.”

2017년의 꽃자리다방은 단순히 옛것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시절 피란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안식처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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