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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 가을

2017-09-26
정수경<성서공동체 FM 대표>
정수경<성서공동체 FM 대표>

20분을 걸어가는 아침 출근길의 공기는 매일 매일이 다릅니다. 선선한 바람결이 마음을 몹시 설레게 합니다. 낮에 일을 하다 잠시 짬을 내어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창 밖을 무심코 보게 됩니다. 햇볕의 색이 여름의 볕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늘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아~ 가을이 오고 있구나!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가을을 충분히 향유하기도 전에 이 가을도 훌쩍 지나 겨울이 오겠지요.

저는 계절의 오고가는 경계에서 변하는 바람과 햇볕의 결을 느끼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어느날 아침 우리 방송국에서 아이유의 신곡 ‘가을아침’이 흘러나옵니다. 가사가 귀에 와서 꽂혀 쉬 떠나질 않습니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노래 ‘가을아침’ 중에서)

가사가 마음을 심하게 흔듭니다. 그리고 10대 때 어느 가을날로 나를 데려다놓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쪼이며 대청마루 끝에 앉아 다리를 흔들 흔들거리며 집안 풍경을 구경합니다. 엄마는 수돗가에 앉아 빨래를 하고, 아버지는 꽃밭에서 여름날을 지낸 나무들을 손질하고 계십니다. 마루청에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아는 노래라도 나오면 흥얼흥얼 따라 부릅니다. 평안하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 어느 때쯤일겁니다. 그림처럼, 사진처럼 남아 있는 추억 속의 한 장면입니다.

어디를 가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고민할 여유도 없이 몸과 마음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틈도 없이 살아 가는 요즘 아이유의 ‘가을아침’을 듣는 3분여 동안 흡족한 위로를 받습니다. 3분의 기적이 일어난 거죠. 창 밖의 가로수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는 것에 맞춰 내 마음도 함께 흔들립니다. 여름 햇볕과 다른 초가을 가을날 햇볕은 눈부시게 찬란하며 꾸깃꾸깃한 마음을 편편하게 펴줍니다. “아~ 무심한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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