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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을 사유하다

2017-10-02

이도현<화가>

[문화산책] 예술을 사유하다
이도현<화가>

독일 뮌스터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예술의 집’이라는 게 있다. 인구 약 5만명의 주민이 모여사는 한적한 도시인 에니거에 소재하고 있으며, 예술가 거주 프로그램과 전시공간을 함께 운영한다.

원래 이 건물은 독일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주 에니거지역의 최초 주립우체국이었다.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며 은행과 사설병원 등으로도 사용되었다. 또 독일 표현주의 선구자이자 독일미술을 현대로 이끈 ‘파울라 모더존 베이커’와도 연관성이 있어 흥미롭다. 그녀는 현재 독일에서 재조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그녀의 일대기가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집’은 파울라의 조카이자 독일 미술치료분야의 최고권위자인 베이커 그라우흐 박사가 25년간 거주하며 집필과 연구를 했던 곳이다. 그 또한 파울라의 열렬한 팬이었고 예술 애호가였기에 지금 이곳은 장소특정적 스토리와 함께 ‘예술의 집’으로 재탄생하여 120년의 긴 역사와 시간이 예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뮌스터 미술대학교 출신인 김재문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터라 앞으로 독일과 한국 그리고 세계를 잇는 예술거점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독일에는 40여 곳의 크고 작은 레지던시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방 주정부나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예술가들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레지던시는 일명 ‘레지던시 고시’라고 불릴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해외 레지던시도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과 어깨를 겨루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 녹록한 편은 아니지만 가짓수가 훨씬 많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공간을 예술과 접목시켜 예술가 거주 프로그램 등으로 활용하고 있어 주변의 빼어난 경관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곳 또한 서정적인 풍경과 더불어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란 유채꽃이 바다를 이루며 펼쳐져 있어서 잠시 무거운 일상을 벗어나 사유(思惟)의 정원 속으로 젖어들기에 좋은 곳이다. 그리고 전시회가 열릴 때면 이곳 시장(市長)을 비롯하여 주변지역에서 먼 걸음의 발품을 팔아서 방문을 하니 독일인들의 예술사랑은 지극하다 못해 생경해 보인다. 결국 이런 열정들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의 국가관이라는 타이틀과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게 만든 ‘독일 예술의 힘’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예술의 나비효과가 큰 파동으로 이어져 집집마다 동네마다 예술의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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