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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영화감독> |
이야기의 시각적 이미지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영화와 문학, 영화와 연극을 비교하곤 한다. ‘텍스트를 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해서 기록한다’는 기본적인 특징 외에 다른 매체에 비해 특히 두드러지는 영화의 시각적 요소는 ‘프레임’과 ‘편집 리듬’이다.
‘프레임’은 말 그대로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을 때 생기는 ‘틀’을 의미한다. 이야기가 펼쳐질 무대를 꾸미고 피사체를 배치시키는 것은 연극에서도 이뤄지는 행위다. 영화는 그 결과물을 카메라로 기록해 직사각형 프레임이 형성되기 때문에 시각적 의도를 더욱 긴밀하게 연출할 수 있다. 가령, 프레임 속 피사체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 얼마만큼의 크기로 담을 것인가, 여러 피사체로 가득 채울 것인가 등 프레임을 통해 연출할 수 있는 시각적 의도는 굉장히 다양하다.
프레임을 언급하다 보면 이를 쉬이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야기가 잘 쓰여 있고,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대사를 능숙하게 연기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 것인가에는 결코 정답이 없고,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늘 혼란스럽다. 이때 연출자들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직사각형의 도형 안에서 수평과 수직, 모서리, 여백 등 각 지점에 따라 인간의 눈이 반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이미지 구현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출자들은 프레임의 속성을 자신의 이야기에 맞춰 적당히 반영시키는가 하면, 그것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비틀기도 한다. 시각적 연출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는 것은 프레임이라는 시각적 기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중요한 시각적 요소는 ‘편집 리듬’이다. 프레임이 상대적으로 ‘정지’된 이미지의 특성들에 주목하고 있다면, 편집 리듬은 여러 장면을 자르고 붙이는 ‘연결’에서 생성된다. 편집 작업에서 앞 장면과 뒤 장면이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연출자마다 결코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연출자는 숏(Shot)과 숏 간에 반복, 생략, 속도, 박자 등의 요소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조절해 단순한 연결 이상의 편집 리듬을 만들어내며, 그것이 곧 영화의 개성이 된다.
몇 달 걸쳐 준비한 시나리오를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사실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자유로움을 누리기보다는, 자신이 차마 떠올리지 못한 더 좋은 대안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출자들은 영화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과정을 스스로 견뎌내려고 한다. 결국 영화를 한다는 것은 고유의 세계를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의지이며,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프레임과 편집 리듬은 그러한 독창적인 시각 이미지를 완성해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영화 언어이다.김현정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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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 구현하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10/20171025.0102307570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