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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석<영화감독>고현석<영화감독> |
요즘 종편채널에서는 영화감독 10명을 섭외해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는 ‘전체관람가’라는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최근 ‘지슬’이란 독립영화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오멸 감독이 출연해 단편영화 ‘파미르’를 공개했다.
‘파미르’는 세월호로 친구를 잃은 주인공 성철이 친구가 가고 싶어 했던 파미르 고원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 중반부에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유목민 소년이 돌을 던져 성철의 머리를 맞힌다. 사실 소년은 주인공을 닮은 여행자와 친구가 되었는데 여행자가 떠나자 서운함을 느끼고 애먼 이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사정을 모르는 성철은 소년에게 역정을 내며 자신도 돌을 집어 던진다. 때때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돌을 던진다. 타인의 아픔을 짐작한다면 우리는 ‘이제 그만하라’는 말로 된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파미르’를 보고 나니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떠올랐다.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9세 소년 오스카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열쇠 하나와 ‘블랙’이라고 적힌 메모를 발견한다. 오스카는 열쇠와 메모를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어떤 단서라고 생각한다. 오스카는 탐정놀이를 하듯 뉴욕시 전화부를 뒤져 블랙이란 성을 가진 472명의 사람을 만나러 다니면서 열쇠가 맞는 자물쇠를 찾아 나선다.
이 여정에서 오스카가 만나는 사람은 저마다 9·11테러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오스카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위로를 받는다. 결국 아버지가 남긴 열쇠는 오스카가 무서워서 봉인해두었던 감정을 여는 열쇠이자 단단히 걸어 잠근 우리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한 이 영화는 2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소개한 김세윤 영화칼럼니스트는 9·11테러 당시 미국의 집단적 슬픔이 와닿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영화를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나 겪어보지 못한 사건 등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일까, 전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짐작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슬픔이나 아픔을 그런 식으로나마 짐작하려고 노력할 때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차를 두고 각각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영화 두 편은 공감이나 이해는커녕 짐작조차 아쉬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돌이 아니라 열쇠를 들라고 전언한다.
고현석<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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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돌과 열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12/20171215.0101607395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