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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석<영화감독> |
2017년의 끝자락. 마지막 원고에서는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영화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을 촬영했고 올해 초 후반작업을 시작해 영화를 완성하는데 꼬박 7개월이 걸렸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후속 작업까지 하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2012년에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의 초고를 썼고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관객으로 갔습니다.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한 얼치기였던 저는 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6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고 6년 뒤 이 영화제에 감독으로 가게 될 줄은 더욱 몰랐습니다.
6년 동안 오로지 이 영화에만 매달렸던 건 아닙니다. 그사이에 세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늘 있었고 그사이에 몇 번이나 영화를 포기하려 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오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영화가 적성에 안 맞는 거 아니냐고. 진심어린 조언이었지만 제겐 무척 아픈 말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인데다 영화를 즐겨보던 시네필도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적성에 맞지도 않고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영화를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이 꼭 영화를 잘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되었다는 연락을 처음 받았을 땐 제가 쏟은 노력에 비해 참 운이 좋구나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런데 문득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마냥 버티면서 요행만을 바랐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고전 영화들을 찾아보고 습작 시나리오들을 쓰며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많은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성장해왔던 것 같습니다.
올해 후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을 돌보는데 소홀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떻게든 완성만 하고 영화를 그만두자는 결심을 하던 차에 영화제에 덜컥 초청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약간의 동력을 다시 얻은 셈이지요.
지난 문화산책 원고들은 제게 스승이 되었고 영감을 주었던 감독들에 대한 복기이자 앞으로 제가 만들어갈 영화에 대한 다짐이었습니다.
그만두라는 그 친구의 말이 없었다면 정말 영화를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만큼 아파하지 않았을 테지요. 사무치면 꽃이 핀다고 합니다. 제가 꿈꾸는 봄은 여전히 요원하고 아직 꽃을 피우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저는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어딘가에서 사무치는 마음으로 꿈과 전전긍긍하고 있을 당신을 저는 응원하겠습니다.
고현석<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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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백](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12/20171229.0101607442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