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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현<피아니스트> |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요즘, 문득 유학 시절 연습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쳐다본 밤하늘의 달빛이 휘영청 밝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보다 도시 불빛이 많지 않기에 유달리 밝아보였던 것도 있겠지만, ‘달빛’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낭만적인 느낌이 더 컸으리라.
많은 예술가들이 달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고, 작곡하고, 써 왔다. 누구든 한번쯤은 그 작품들로 달빛과 같이 아련하고 아름다운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오늘 ‘달빛’에 관련된 두 작곡가의 곡을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6)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올림다단조, 작품번호 27-2’이다. ‘월광’이라는 한자어의 제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작품의 제목은 작곡가 본인이 붙인 것이 아니라 베토벤 사망 5년 후인 1832년에 음악평론가 루드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의 1악장에 대해 ‘달빛이 비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흔들리는 조각배’라는 비유를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월광’은 베토벤 본인이 의도한 제목은 아니지만 작곡가 자신이 초판에 붙인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는 제목과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일맥상통하는 바 있다.
곡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악장이 아타카(attacca: 악장과 악장 사이를 이어서)로 연주되며 폭발적인 베토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악장에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의 무게가 실렸지만, 제목 ‘월광’의 다소 우울하지만 차분한 분위기는 역시나 1악장에서 물씬 드러난다.
베토벤의 달빛이 어딘가 모르게 침잠된 분위기를 띠는 반면에, 다음으로 소개할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달빛’은 좀 더 밝은 달빛 그대로의 모습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빛을 나타내는 작풍을 지닌 인상파 화가에게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인상주의 음악은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타내기보다는, 미술에서 그랬듯 빛과 같은 순간적인 인상을 음악에 담아낸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세 번째 곡으로 수록된 ‘달빛’은 드뷔시의 작품 중 비교적 초기에 작곡된 곡으로, 달빛에서 받은 순간적이면서도 반짝이는 느낌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드뷔시는 또한 화가뿐만 아니라 동시대 상징주의 시인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이 곡은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밝은 달빛을 기대하기 어려운 며칠간의 밤하늘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베토벤과 드뷔시의 달빛으로 귀를 휘영청 밝힐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박소현<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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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두 사람의 달빛](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1/20180125.0102207584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