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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연극을 짓는다

2018-02-23
[문화산책] 연극을 짓는다
백운선<연극배우>

부모님은 평생 농부로 살아오셨다. 우리 4남매는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논과 밭으로 불려다니며 ‘새끼농부’가 되어야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사시사철 땀 흘리며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왜 그리 부끄러웠는지. 가정환경조사에서 부모님 직업란에 아버지는 ‘농부’라고 적었지만 어머니는 ‘주부’라고 적었다.

4남매가 차례로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부모님의 노동은 더 고되고 힘들어졌다. 새벽부터 밤까지 논과 밭에서 허리 한번 펼 사이도 없이 일하였지만 자식들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졌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철이 들기 시작한 것이. 부모님이 고생해서 수확한 농산물은 늘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키우던 소,·돼지를 팔아도 내 대학 한학기 등록금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나는 다짐했다. 결코 부모님처럼 살진 않으리라, 제 값도 못받는 농사 짓느라 고생만하고 사람들이 존중해주지도 않는 그런 직업을 갖진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당시 부모님께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버지 농사 안 짓게 해줄게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은 “야야, 그런 소리 하지마라. 사람 입에 밥 들어가는 거는 다 똑같다. 농사꾼이 농사 안 짓고 뭐할라꼬” 하셨다. 그때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연극배우가 되었다. 돈 버는 일과는 무관하다 할 수 있는 일이니 이전의 다짐을 생각하면 엉뚱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막상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였다. 그로부터 17년동안 연극배우로 살면서 한해도 빠짐없이 작품을 창작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마치 우리 부모님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나락농사를 지었듯이 말이다. 지금껏 나와 동료들이 만든 연극작품이 결코 나에게 부귀와 영화를 안겨주진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연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일은 그저 나의 소중한 삶이고 일상이다. 누군가 내게 “제 값도 못받는 가난한 연극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농사 짓는 일이나 마찬가지죠. 연극쟁이가 연극 안하고 뭐할라꼬요. 우리 부모님이 평생 농사를 짓는 그 마음처럼 나는 연극을 짓습니다” 라고 말이다.백운선<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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