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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효 <청년농부> |
영천의 한 농가를 방문했다. 전형적인 한국의 농가주택이었다. 뒤에는 대나무가 있고, 기와지붕에 대청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큰 집에 할머니 혼자 계셨다. 이제 곧 손자가 돌아와서 농업의 대를 이어간다고 한다. 기특한 손자가 아닐 수 없다.
집 안에 들어서니 큰 방 한중간에 가훈이 있었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현재 청년농부로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가훈이었다. 나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은 ‘absolutely yes’였다.
농부가 없는 세상은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은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다. 농부가 없으면 농사가 없고 농업이 없다. 식량안보는 농업 가치의 첫째다. 식량이 생산되지 않으면 국가의 안위가 위태해진다. 곧 안보문제로 연결이 된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식량생산 문제는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으며 남에게 식량을 의존하는 것은 국가를 포기하는 일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농업의 중요한 가치 둘째는 환경보전이다. 농업은 홍수의 방지기능, 논의 지하수 함양기능, 토양 유실 방지, 기후 순화 기능, 수질정화 등 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쌀농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논을 통한 환경보전이 잘 되고 있다. 80년대에는 과도한 비료와 농약사용으로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저투입농법과 친환경유기농업으로 환경보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공간을 제공해준다. 소위 어메니티(amenity)를 말한다. 농촌의 쾌적한 공기와 푸름 그리고 깨끗함은 사람의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주말농장을 통해 흙을 밟으며 식물을 기르는 것도 농업이 제공해주는 가치다. 은퇴 후 농촌에 들어가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것이 도시민의 꿈이다. 이 또한 농업·농촌의 가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봄이 되면 유채밭에 가서 노란 꽃을 즐기고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보러 들로 향한다. 일상 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소소한 부분이 농업이 있기에 가능하다.
최근 들어 식품안전과 깨끗한 환경, 휴식공간 제공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감안하면 농업공익적가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 농업·농촌은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가 있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이러한 가치를 지키는 농부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상 아홉 번의 문화산책 기고를 마치고 농사를 지으러 농장으로 출근해야겠다. 고맙습니다. 서종효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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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농업의 가치](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2/20180228.0102308070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