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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멋진 말 ‘재능기부’

2018-03-08
[문화산책] 멋진 말 ‘재능기부’
정성진<성악가>

자신이 가진 것으로 남을 도와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내가 주는 작은 도움보다 내가 받아가는 행복이 훨씬 더 큰 것 같은 그 선물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러나 이 행복은 상대가 내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이거나 나의 도움으로 인해 작은 기쁨이나마 얻을 수 있는 사람일 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능기부. 너무 멋진 말이다. 그러나 요즘 너무나 흔한 말이 되어 버렸다. 아니, 기분 나쁜 말이 되어버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재능기부를 하라 한다. 마치 나의 재능을 키워준 것처럼.

며칠 전 지인의 페이스북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연주를 통한 수익금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기부를 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능기부이지 않은가. 연주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것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자. 왜 잘나가는 회사에서 또는 단체에서 자신들이 재능기부라는 단어를 들먹여 연주자의 페이를 깎아내리는가.

나는 작은 음악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섭외전화를 받는데 꼭 ‘재능기부’라는 단어를 한번씩 듣는다. 연주곡 수를 가지고 흥정을 하기도 한다. 주최측에선 “그까짓 한 곡 더 해도 되겠네. 3분 더 하는데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한다. 그러면 또박또박 얘기한다. “그 3분 곡을 준비하기 위해서 20년 전부터 연습했습니다."

말이 20년이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공부해왔다. 우리는 그 한 곡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치열하게 혼자와의 싸움을 이겨낸 자들이다. 아니, 아직도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음악을 직업으로 가지고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직업을 ‘그까짓’이라 표현하고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과연 어떤 직업을 그렇게 표현하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대가없이 그냥 해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재능기부. 의무가 아니다. 하고 싶고 할 것이다. 나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며 선택받은 자만의 특권이란 말인가. 그 재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치열하게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 땅에 더 나은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비결은 예술가들의 노력을 사회가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정성진<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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