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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과 자본

2018-03-12
[문화산책] 예술과 자본
김주원 (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자화상’은 그림을 그린 예술가의 정체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자의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르네상스 이래 예술가들은 인문주의의 이상 아래 꾸준히 자화상을 그려왔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은 예수의 이미지를 화가인 자신에게 덧씌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은 단순한 기능직 장인으로 취급받던 당시의 예술가를 지식인, 나아가 비범한 창조자로 새롭게 인식하게 했다.

뒤러의 그림으로부터 350여년 후인 1854년에 그려진 ‘안녕하세요 쿠르베씨’도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이다. 화가는 일반적인 방식의 단독 자화상이 아닌 그림 속 구성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자신을 그렸다. 그림은 남프랑스 몽펠리에에 방문한 화가 쿠르베를 미술애호가 브뤼야스가 하인과 개를 데리고 마중 나온 장면이다. 캔버스 화면의 오른쪽에 화구박스를 등에 멘 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등산복 차림으로 언덕을 막 걸어 올라온 화가가 있다. 먼 길을 오느라 신발은 더러워졌고 화가가 몸을 의지했던 기다란 막대기는 그의 손에 격식 없이 들려있다. 화면 왼쪽 가운데에 흙이 묻지 않은 맵시 있는 구두와 트렌디한 신사복에 우아한 지팡이를 한 사람은 쿠르베의 후원자인 알프레드 브뤼야스다. 그는 좌우로 하인과 개 한 마리를 거느리고 있다. 브뤼야스 일행은 모자를 벗고 예술가에 대한 환영의 뜻을 정중하게 전한다. 재미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쿠르베는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 속 뒤러와는 달리 그 어떤 미화도 꾸밈도 없다. ‘사실’ 그대로의 모습이며, 예술가의 남루한 일상 자체를 감추지 않는다. 이토록 남루하면서도 심지어 턱을 치켜든 쿠르베의 당당한 모습은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다. 쿠르베는 이 그림에 ‘천재에게 경배하는 자본’이란 부제를 달았다.

19세기 예술가의 이처럼 리얼한 ‘초상화’를 통해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 걸까. 이미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 등과 친분이 있던 브뤼야스는 1853년 국가 주도 전람회인 살롱에서 교양인과 대중의 공공의 적이었던 쿠르베의 그림을 구입했다. 이후 그는 쿠르베의 친구가 되었고 깊은 공감의 후원자가 되었다. 쿠르베가 당시의 규범과 관습에 대한 끊임없는 예술적 도발을 감행하며 현대미술에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은 그의 후원에 힘입은 바가 컸다.

자신의 초상화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쿠르베가 후원자 브뤼야스와의 관계를 전면화함으로써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말대로 ‘예술에 경배하는 자본’일까, 아니면 ‘자본에 경배하는 예술’일까? 자본으로 대변되는 제도 권력과 예술 종사자들의 건강한 관계 설정이 필요한 때다. 김주원 (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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