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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극단 만신 대표> |
누구나에게 추억의 공간 한군데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어색하지 않은 창고’가 그런 곳이다. ‘어색하지 않은 창고(이하 창고)’는 내 대학시절 동아리 선후배 두 명이 합심해서 차린 정말로 자그마한 밥집 겸 술집이었다. 창고는 위치 선정에 있어 조금 독특한 면이 있었다. 크게 보면 우리가 다니던 대학가에 위치했지만, 학생들이 많이 찾는 상가구역이 끝나고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이 시작되는 그 경계지점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뜬금없는 위치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젊은이들과 정체불명의 가게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어색해했다. 호기심 반 의심 반의 눈으로 한참 쳐다보기만 하고 절대로 들어오지를 않았다. 오죽하면 가게 이름에 어색해하지 말고 편하게 들어오라고 ‘어색하지 않은 창고’가 되었을까.
그러던 그곳은 시간이 지나며 차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동네의 명물이 되어갔다. ‘경제’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는 듯 어설프고 독특한 주인장들이 그 첫째 이유였고, 그곳에서 벌어졌던 조금 어설프지만 즐거운 것들이 둘째 이유였다. 연극 동아리 출신 주인장들의 영향 탓에 어설픈 그림자극이며 어설픈 1인극 공연이 수시로 벌어졌다. 봄이면 ‘고무다라이’ 한가득 막걸리를 부어놓고 선비들 풍류를 흉내내는 봄맞이 백일장이 열렸다. 이를 두고 ‘동네 대표 문화공간’이라며 언론에서 취재를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결국 내가 그곳을 사랑했던 가장 큰 이유도 ‘동네 대표 문화공간’이라는 점인데, 동네에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만 하는 말이 아니다. 그곳은 동네 사람들 자체가 문화생활의 자원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기타를 메고 식사를 하러 왔던 손님이 기타 교실 선생님이 되고, 돼지국밥집 주인할머니와 할머니의 손녀는 공연의 관객이 되고, 꼬장꼬장해 보이는 지업사 어르신은 심지어 공연의 소재가 되었다. 뭔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준비해온 벽보를 붙여서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도 했다.
일방향적인 수요·공급 개념이 사라지고 내가 살아가는 마을의 이야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곳. 창고의 주인들은 ‘생활예술’ ‘지역 스토리텔링’ ‘지역 자원 활용’ 등의 용어를 알기도 전에 그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냈던 것이 아닐까? 돌이켜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내 추억의 공간. 앞으로도 그런 공간이 많이 태어나고 또 가꾸어져 나가기를 바라본다. 김지영<극단 만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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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색하지 않은 창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3/20180316.0101607431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