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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잘 지내

2018-04-30
[문화산책] 잘 지내
김주원 (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이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상처받은 마음 때문이지 ‘이별’이라는 사건 자체는 아닐 것이다. 헤어진 사람들에게 이별은 크기에 상관없이 상처이고 아픔이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프랑스 파빌리옹에서 ‘잘 지내(Take care of yourself)’(2007)라는 제목의 작품을 전시한 소피 칼(Sophie-calle)이다. 작품은 그녀가 몇 해 전 연인으로부터 받은 이별 통보 메일과 관련 있다. 메일을 통해 그녀의 연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잘 지내’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새로운 자신의 사랑 때문에 이별을 고하는 연인과는 달리,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던 소피 칼은 편지 행간에 녹아 있는 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며 이를 기억해달라거나, 이런 자신의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가 완전한 이별의 선언인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의미인지 혼돈스러웠던 소피 칼은 총 107명의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 해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작품 ‘잘 지내’는 문법학자, 저널리스트, 동화작가, 법조인, 의사, 경찰, 무용수, 가수 등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이 소피 칼이 받은 이별 편지를 읽는 자신들의 사진과 함께 편지 전체에 대한 각자의 의미해석을 첨부해 보내온 답장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완성된 이들의 답장 형태는 춤, 노래, 텍스트 등 다양했다. 동화작가는 ‘악마의 깃털’이라는 제목의 동화를 썼으며, 저널리스트는 ‘2006년 1월25일’자의 ‘지난 화요일 소피 칼이 X로부터 헤어지자는 편지를 받다’라는 제목의 단신기사를 작성했다. 법조인은 편지의 법적 영향력을 분석했으며, 무용수는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감흥을 춤으로 대신했다.

자신의 사적 ‘일상’과 보편적 공감을 전제로 한 ‘예술’을 뒤섞어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게임을 극대화하는 소피 칼의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예술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소피 칼 자신은 작품 ‘잘 지내’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이별’이라는 결코 면역이 생기지 않는 통증의 시간에서 빠져나왔음을 고백한 바 있다. 죽을 것 같은 그와의 ‘이별’, 그 아픔과 고통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간을 거쳐 그녀의 사랑은 온전히 끝났고 옛 연인의 바람처럼 소피 칼은 그야말로 잘 지냈다.

얼마 전 나 역시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었다. 자꾸 곱씹게 되는 ‘이별’의 아픔은 절실하게 위로를 요구했다. 두 달 동안 이 지면을 통해 ‘예술’을 얘기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역시 예술은 ‘눈’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김주원 (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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