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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영 (한국무용가) |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우리는 몇 번의 선택을 하는가. 커피를 마실까? 몇 시에 나갈까? 식사는 어떤 메뉴로 하지?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사이 모든 삶 속에 선택은 내가 해야 하며 나의 선택이 나를 다양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중년의 삶 가운데 문화산책을 쓰게 된 선택으로 설렌다. 마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전통춤만큼 매력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숨 가쁘게 지내는 시간 속에서 나만의 유일한 시간 여행이 될 것 같고, 잃어버렸던 감성들을 깨우는 회복의 시간도 될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나만의 시간 여행 그 첫 선택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하며 감성들은 한겨울의 나뭇가지처럼 말라있고 생활은 풍족해졌으나 외로움은 커지며 혼밥족이 늘어나고 자살하는 수가 늘어나는 요즘, 겨울 한가운데서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봄이 와 있듯 마음이 계절을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빠른 시대, 풍성함은 없고 말라서 여름이 다가와도 추운 시대, 만남이 쉽고 이별이 쉬운 모든 것이 스마트한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느린 것이 아름답고 참는 것이 아름다워서 나는 전통춤을 선택하여 그 길을 걷고 있다. 무용, 그리고 한국무용, 또 그 안에서 전통춤, 또 그중에서 한영숙류 전통춤은 요즘같이 스피드한 시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인내로 시작되어 절제를 거쳐 인내로 꽃을 피워내는 예술이다. 나는 오늘 이 춤 길의 선택을 자랑하고 싶다.
한국 전통춤은 숨을 오래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거나,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한꺼번에 토해 내는 등 다양한 호흡의 작업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는 춤이다. 우리의 마음은 호흡을 통해 표현된다. 답답한 사람은 큰 한숨을 쉬고 마음이 급한 사람은 숨을 빨리 쉬고 불안한 사람은 숨을 정지시켜 긴장한다. 춤은 마음의 진동이지만 급할수록 느린 호흡으로 진정을 하고 초조할수록 깊은 호흡으로 자신을 다스린다. ‘정.중.동’ ‘동.중.정’ 움직임 속에 들어있는 멈춤과 멈춤. 그 속에 들어있는 끝없는 움직임은 우주를 지배하는 듯 무게감이 있으며 우주를 감싸듯 큰 호흡 속에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여전히 나는 느린 것이 아름답고 더딘 걸음에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얻게 됨을 안다. 손혜영 (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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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느림의 선택](https://www.yeongnam.com/mnt/file/201805/20180501.0102508042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