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80605.01025080451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절제를 쌓아가는 일

2018-06-05
[문화산책] 절제를 쌓아가는 일
손혜영 <한국무용가>

시간의 속도가 30대는 시속 30㎞, 40대는 40㎞, 50대는 50㎞라 하더니 달력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시간을 쫓아 가느라 헉헉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그 자리에 꿈틀거리고 있어도 어김없이 밤이 지나 아침이 오고 또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다. 내 마음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해 아직 두터운 옷이 옷걸이에 걸려 있고 해야 할 것이 아주 많을 것 같은 그 무게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한다는 것은 인내를 배워가는 것이고 한 가지 일만 한다는 것은 절제를 쌓아가는 일이다. 삶속에서 가장 나를 칭찬하는 부분이다. 33년 무용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춤의 길만 걸어 왔다. 내 삶속에서 경쟁자는 오직 나 자신이었고 나는 언제나 어제의 나와 경쟁했다. 오늘이 어제보다 나아야 한다는 나만의 정답을 미리 내놓고 비기거나 지면 속상하고 힘들어했다. 힘겨워 주저앉아 한숨쉬며 버린 시간들도 자신을 이길 수 없어 눈물의 시간들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산 정상에 도달한 자와 오르고 있는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무용수로서 정상에 올라가고자 하루에 12시간 연습도 해보고 온갖 대회들을 출전하면서 땀을 쏟아왔다. 동아콩쿠르가 꼭대기인 줄 알고 억척같이 연습해 입상을 했는데 기쁨과 감격은 잠시 그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최고상이 대통령상이라 12년 만에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는데 마찬가지로 그 상이 정상은 아니었다. 난 또 무언가 목표를 세워놓고 또 걸어간다. 무대 위의 삶.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춤의 정상은 어디인가, 나아가 예술인의 정상은 어디인가 질문해본다.

돌아보니 목표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그 과정이 가장 아름다웠다. 삶과 예술의 동일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라가는 과정에는 많은 방해와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 것인지 앞이 보이지 않아 주저앉기도 수차례였다. 또 되돌아갈까 뒷걸음질도 했다. 그 속에서 쌓이는 절제와 인내가 내 안에 차곡히 쌓일 때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대학교 때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방황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나에게 “춤 몇 년 했니?”라고 물었다. “저 7년요”라고 답했고, “그럼 3년만 더해봐, 그 분야에서 10년 동안 그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야”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3년을 더 버텼고 10년을 했기에 포기할 수 없어 10년 더했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꼭대기일 것 같아 가다보니 33년째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얻기 위해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인간으로, 춤꾼으로, 예술가로 그 완성을 향해 오늘도 내 안에 절제와 인내를 채우고 있다. 손혜영 <한국무용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