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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미래 걸린 하이투자증권 인수 걸림돌될까 부담

2018-07-02

■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 자진 사퇴 배경은

김경룡 DGB대구은행장 내정자가 고심 끝에 내정자 지위를 내려놓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DGB금융 50여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구은행의 입장에선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DGB금융은 그 아픔을 재도약의 기회로 승화시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비은행 부문 사업영역 확장의 단초가 될 하이투자증권 인수, 학연·지연에서 독립된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 마련, 미래금융사업 부문에 대한 밀도 있는 대응 등이 그것이다. 조직안정을 위해 이미 예정된 CEO 자리까지 내려놓은 김 내정자의 고심 어린 결정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게 DGB금융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인수승인권 가진 금융당국
고강도인적쇄신 지속 요구
9월말까지 인수 마무리해야

金내정자 용단 안 내렸다면
경영실태등급도 강등될 뻔

고위임원 교체폭에도 영향
최소 15명·최대 20명 전망



◆조직안정을 먼저 생각한 용단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서울과 대구를 수시로 오가며 하이투자증권인수에 사실상 ‘올인’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단순한 증권사 보유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DGB금융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오는 9월 말까지 증권사 인수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기로 계약을 한 상태다. 이달 중순 또는 말쯤 관련 서류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 한 달간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어 인수한 증권사의 주주총회를 열어 새 임원진을 선임해야 한다. 주총 개최는 최소 3주 전에 통지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9월 말까지 종료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이 과정까지 가려면 최소 이달 말까지는 금융당국에 서류를 내야 한다. 만약 불발되면 하이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다른 인수처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계획대로 증권사를 품에 안게 되면 DGB금융지주(총자산 68조원) 내 대구은행 비중은 총자산 기준으로 90→82%로, 순이익 기준으론 95→80%로 내려간다. 사업 다각화 및 비은행사업비중 강화가 절실한 DGB금융으로선 이 기회를 반드시 움켜잡아야 할 처지다.

더 큰 이유도 있다. 영업망에 있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를 인수하면 전국의 광역시를 비롯해 세종특별자치시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기존 하이투자증권 영업망(점포 28개)이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등에 집중돼 있어 자연히 이 지역에도 영향이 커진다. 기존 증권사 영업점에 복합점포(은행·보험업) 운영이 가능해져 전국적 영업망 확충의 교두보도 마련되는 셈이다. 이는 증권사를 보유할 때만 가능한 얘기다.

여기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증권사 인수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의 스탠스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각종 비리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DGB금융상황을 감안, 고강도 인적쇄신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실제로 지금까지 DGB사태와 관련해 대주주(회장) 적격성에 대해 ‘개선 시그널’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외부인사 출신 새 회장이 입성하면서 해소됐다. 하지만 실제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DGB금융 회장뿐 아니라 지주 내 자산 비중 90%를 차지하는 대구은행장의 적격성까지 포괄적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강도 인적쇄신 카드를 들고 나온 김 회장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도 김 내정자의 거취 문제였다. 실제 김 내정자는 현 DGB 사태를 촉발한 박인규 전 회장 체제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연계 꼬리표’가 줄곧 따라다녔다.

이 사안이 해결되지 않았으면 정황상 내년 초 예정된 금융당국의 DGB경영실태조사(2년 주기) 때 현재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강등될 우려가 컸다. 3등급이 되면 향후 3년간 신규사업을 할 수 없다. 위기에 빠진 DGB호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회장의 손발이 임기 3년 내내 꽁꽁 묶이게 되는 것이다.

◆신뢰 회복의 계기돼야

40여년간 DGB맨으로 묵묵히 일해왔고,‘금융전략기획통’으로 불려온 김 내정자가 이 같은 사안을 감안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DGB 측은 보고 있다.

김 내정자가 내정자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DGB호의 인적쇄신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일괄사표를 낸 7개 자회사의 상무급 이상 고위임원 30명에 대한 교체폭도 지역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적게는 15명, 많게는 20명까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정도 쇄신 폭이면 고객과 주주, 그리고 지역사회로부터 실추된 DGB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대구은행의 예금 수신고 비중은 대구가 48%, 경북이 30% 정도다. 지역민으로부터 전폭적 사랑을 받아온 셈이다. 하지만 현재 애향심이 가득했던 지역 1세대 기업경영인이 물러나고 금융상품의 실리를 중시하는 2세대 경영인이 속속 가업을 승계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 뱅킹에 친숙한 젊은 고객의 금융이용 패턴을 감안하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진 이를 장점으로 인식해왔지만 앞으로 도래할 금융의 무한경쟁시대에는 치명적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 전기가 이제 마련돼야 한다는 게 DGB의 입장이다.

DGB 한 관계자는 “1년여간 지속돼온 DGB 사태가 김 내정자의 용단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와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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