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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자서전, 미래의 방향키

2018-08-02
20180802
최혜령<동행325학당 대표>

‘기자는 역사가다. 기자는 사건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역사를 쓰는 사관이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자서전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가 되고, 개인의 역사는 ‘나’라는 사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강만길은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에서 역사를 ‘이상의 현실화 과정’으로 파악했다. 전진과 퇴보를 반복하지만 길게 보면 역사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행진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가르치고 또 배워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자서전이 존재할 지점이다.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듯, 자서전은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와 나누는 대화이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거대한 역사를 이루듯, 개인사의 전진과 퇴보가 모여 자서전을 이룬다.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서너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탄식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자서전을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기거나, 이룬 것보다 감추고 싶은 모습만 가득한 삶이 자신이 걸어온 길이란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행동은 실수의 연속이며, 보잘것없는 걸음의 연속이다. 실패가 없는 완성보다 실패로 채워진 미완성이 더 일반적이다. 삶은 완벽한 결과보다는 뭔가 채워지지 않은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그러한 과정의 연속이다. 신영복은 ‘강의’에서 실패가 있는 미완성은 반성이며, 새로운 출발이며, 가능성이며,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성공한 삶이든 평범한 삶이든 제각각 걸어온 길은 길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좀 더 이른 나이에 자서전을 써봤더라면 부족한 점을 보충하여 남은 삶을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애사 쓰기에 참여한 일흔 넘은 어르신의 하소연에서 자서전은 삶의 끝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획이자 가능성의 발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생과 대학생들에게 미래상상자서전을 쓰게 했던 이유도 다르지 않다. 아직 어린 학생이 무슨 자서전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직업이나 돈으로만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학생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엉성하지만 징검다리로 삼아 미래의 방향키를 잡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바로 지금, 자신이 몇 점의 삶을 살아왔는지 진단할 수 있다. 현재에서 딱 10점만 더 높이 목표를 잡아보면 어떨까? 100점이 되고 싶다면 먼저 이룰 수 있는 30점, 50점, 80점의 단계를 밟아 100점을 향해 달려가면 된다. 최종적으로 이룬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달려가는 과정 자체가 삶이고, 삶의 의미인 것이다. 역사에서 답을 얻듯 자서전으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고 미래의 나를 만나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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