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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
부고를 받았다. 이번 시집이 나오면 꼭 투병 중인 아내의 손에 쥐여주고 싶다던 김인태 시인의 바람이 끝내 이루지 못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혹독한 병마와 싸우면서도 남편의 시를 한 글자씩 타이핑했다는 아내를 보내고, 그는 이 시간을 어찌 보낼지 가슴이 먹먹하다.
그를 만난 것은 5년 전 대구 동부도서관의 책쓰기 강의였다. 테마는 시였고, 연령과 상관없이 시에 대한 수강생들의 열정은 정말 남달랐다. 문학의 꽃, 시는 겁 없이 덤비기 힘든 장르다. 가까이 가고 싶은 만큼 달아나는 시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이미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유명한 시들로 인해 그들은 충분히 괴로웠다. 그 순간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시가 아닌 용기였다. 어떤 비난을 받아도 무너지지 않을 용기, 포기하지 않을 용기.
지나가는 바람에도 번번이 무릎이 꺾이는 그들을 보며 느꼈다. ‘도전한다는 건 재능이 있다는 증명이다. 거기에 노력이 합해지면 능력자가 된다.’ 이후로 나는 어설픈 교주가 되었다. 시를 써본 적도, 쓸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그 믿음은 시를 쓰게 하였다. ‘여태 중간이다’를 출간한 김인태님 역시 그 출발에 함께했고, 그사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함으로써 믿음을 증명해 보였다.
처음 책을 쓰느라 고생을 거듭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애초에 좀 더 젊고, 글 잘 쓰는 제자들을 길러야 더 보람이 있을 텐데 왜 답도 보이지 않는 우리에게 이렇게 시간과 힘을 쏟으십니까?” 그때 받았던 질문에 드디어 속 시원히 답을 하련다.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큰 성공보다 자그마한 성장에도 기뻐하는 그들의 웃음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을 주는 이들을 나는 포기할 용기가 없다. 그들을 포기하고 내 어찌 스승이라 이름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성장이, 그들의 내일이 두려워 나는 오늘의 안락을 위해 포기의 유혹과 손잡을 수 없다. 그들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능력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만이 포기할 수 있다. 당신은 그러한가.
니체는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자신이 살아온 시간 전체가 변한다고 했다. 존재가 변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믿어왔던 시간과 신념과의 이별, 변화하고자 하는 지금과 이전의 나와의 결별이다.
혼자서 이루기 힘든 꿈이라면 함께 손을 잡고 걸어도 좋다. 봐 주는 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고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음을 기억하자. 바닥이라 여긴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하자. 취미여도 좋고, 선수를 꿈꿔도 좋다. ‘도전한다는 건 재능이 있다는 증명이다. 거기에 노력이 합해지면 능력자가 된다.’
자, 이제 시작이다.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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