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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혜<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
국가가 큰 틀에서 문화예술정책을 제시하면 제시된 정책의 카테고리에 관계된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책의 합리적인 실현을 위해 세부사항을 정한다. 그 과정 속에 예술가들의 자문을 수렴하고 참고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하는데, 정책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방법이 정해지면 조례나 규칙이 제정돼 행정절차에 따라 정책이 실현된다.
지금까지 무용인들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가들에게 어떠한 의견을 제시했고 또 어떤 제안을 하였을까. 나는 이것이야말로 예술가로서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감은 원로나 중견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용인 전체에게 있는 것이며 개개인 모두가 지녀야 할 예술가의 덕목이다.
무용에 대한 행정이 바로서지 못한 일. 어쩌면 무용인들의 자업자득이다. 다수의 무용인들, 그 개개인이 스스로의 권리와 의견을 정확히 내세워 주장해 본 일이 있었나. 소수의 무용인들이 행정절차를 악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세력을 형성하고, 무용인들 다수의 생각임을 내세워 정책 담당자를 만나 의견수렴을 요청하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제도화되어 버리는 형태. 그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 무용인들이 만들어 온 현실이다.
무용인들이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고 함께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여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해 예술행정을 위한 자문이나 공청회에 참여하였더라면 지금의 현실보다는 비약적 발전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무용정책뿐 아니라 어떠한 일에 타당성을 타진하기 위해 연구나 토론을 거치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무용인들은 이를 망각하거나 나서기를 꺼렸으며, 오직 자신의 예술에만 충실하게 살아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무책임했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좁디좁은 무용계에 학연·지연으로 얽힌 이 환경이 지닌 관행이 싫어 외면한 적이 많았다. 무용계가 지닌 관습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많은 것이 왜곡되고 있다고 생각했고 무용인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느꼈다. 무용인들 스스로 깨어날 자정 능력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 않겠지만 나는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괜찮다. 바뀌면 된다. 적어도 내가 만나 왔던 무용인 중 절반 이상은 사회적 책임감과 양심이 있는 예술가였기에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무용인들이 예술가로서 지녀야 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예술을 대하는 마음자세로 우리 스스로 치열하게 논의해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상식적인 정책을 제안을 하길 바란다. 더 나아가 무용계가 이런 것을 이루도록 소통한다면 무용이 지닌 관습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짐작해 본다.
안지혜<대구시립무용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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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무용인, 그들의 책임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6/20190628.0101607501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