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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행복, 목표 도달에 있지 않다

2019-07-04
20190704
백민아<성악가>

얼마 전 아들과 함께 동화책 ‘브레멘 음악대’를 읽었다. 쓸모가 없어져 집을 나온 네 마리 동물들은 브레멘으로 가서 음악대를 만들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브레멘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빈집에서 도둑들을 물리치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산다. 다들 이미 아는 줄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이 동화는 나에게 ‘행복은 목표의 도달에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브레멘에 도착해서 음악대를 만들지 않더라도 행복해하는 네 주인공들을 보며, 마음 맞는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해나가고 있다면 이미 그 일은 의미가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사교육으로 시작해서, 학창 시절엔 상위권에 드는 학생이 되어야 하며, 어른이 되어서는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큰 짐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결과 중심적인 사고와 남보다 뛰어나고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풍조의 결과물로 숙명여고 사태와 스카이 캐슬 드라마를 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 또한 그렇게 14년을 로마와 스페인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살았다. 유학 초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들어간 학교에 들어가야 성공하는 것인 양 무조건 그 학교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학교 졸업 후엔 콩쿠르 수상을 위해 청춘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경쟁구도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8년의 공부를 마치고 스페인 리세우 오페라극장 상임 단원으로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갔다. ‘리세우’에서 혹시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극장에서 일하며 내가 갖고 있던 행복에 대한 생각 기준은 ‘성공’에서 ‘함께’로 흘러갔다. 동료들과 함께 극장 밖에서 만들던 무대에서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도, 최고의 무대가 아니더라도 청중은 우리의 음악에 감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이루어 내는 이 전율과 우리 연주에 대해 감동해주는 청중에 대한 감사함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간들을 지낸 지금, 최고의 성악가는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실패한 인생을 살았냐고 하면 그 또한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매 순간 좋은 동료들과 멋진 공연을 하면서 행복하고, 이것은 최고가 아니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그 네 주인공은 목적지인 브레멘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도 함께여서 행복했다.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목적지가 아닌 여정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백민아<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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