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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이 지난 7일 있었다. 2010년대 국가부도 위기에서 그리스 국민이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면서 신생 정당 ‘급진좌파연합’(이하 시리자)이 2015년 정권을 잡는다. 신임 총리가 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그룹에 강경하게 긴축 중단을 요구한다. 배수진을 친 국민투표까지 긴축 반대를 이어갔지만 이후 채권단과 화해하며 부채를 상당부분 탕감받고 빚도 꽤 변제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유로존의 재앙으로 취급받던 시리자는 두 번째 집권기엔 안정의 상징이 됐다. 4년 반의 집권기간 구제금융 졸업을 이뤄낸 시리자는 이번 패배로 야당으로 돌아갔다.
필자가 몸담은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와 비교 대상으로 그리스의 2010년 이후 사회변화를 다룬 여러 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2016년 7회 영화제 폐막작 ‘아고라: 민주주의에서 시장으로’와 올해 10회 영화제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는 구제금융 치하에서 복지 후퇴와 연금 축소, 실업 증대 등으로 붕괴되는 사회와 이를 틈타 대두되는 극단주의 발호, 난민 유입으로 각박해지는 그리스 속사정을 볼 수 있는 샘플이다. 특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호황을 누리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몰락한 그리스와 OECD 가입 직후 IMF 구제금융 나락에 빠졌던 우리 사례 비교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1997년 IMF 환란 이후 성공적으로 구제금융을 졸업했다는 평가를 듣지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및 초국적 투기자본 유입, 원·하도급 구조 과잉, 비정규직 문제 심화 등 현재 우리 사회 갈등 뿌리가 대부분 이 당시 비롯됐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은 오늘날 한국을 신분사회로 후퇴시키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라 하지만 ‘3만불은 대체 누구한테 가느냐’는 냉소가 되레 더 호소력이 있다. 부(富)가 소수에 집중되고 노력이 배신당하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이기적 개인만 남는다.
어느새 내년 4월로 돌아온 국회의원 선거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1997년 대선에서 몰락했던 IMF 당시 집권세력이 10년간 진보세력 집권기간 구제금융을 졸업하자마자 정권을 재탈환한 역설은 이번 그리스 총선 결과와 묘하게 겹쳐진다. 지난해 개봉했던 ‘국가부도의 날’에서 위기 전야에 남들이 위기를 막으려 뛰어다닐 때 누군가는 사익 추구에만 혈안이 된 군상극을 돌아보며 현재의 난관을 돌파할 교훈을 얻는다. 사회적 갈등과 분쟁에서 개별 이해관계를 넘어 쟁점을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온고지신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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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국가부도의 날 이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07/20190717.0102307435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