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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얼굴없는 인형

2019-07-29
[문화산책] 얼굴없는 인형
박인성<미술작가>

1919년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에 의해 고안된 독일 대안교육의 일종인 ‘발도르프 교육(Waldorfpaedagogik)’은 독일 슈트트가르트의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 공장 노동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처음 실행됐다.

이 교과 과정은 후대까지 이어져서 현재는 세계적인 교육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발도르프 교육의 이념은 남녀공학, 전인교육, 성적이 없는 성적표 그리고 교과서 없는 수업 등을 실행 및 실천하는 것이다. 그 중 독특한 수업이 학생들에게 직접 천이나 헝겊 등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완성품으로 아이들에게 주는 장난감은 그들의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눈과 코 그리고 입이 없는 인형을 만들도록 한다. 언뜻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수업은, 웃기만 하는 표정의 인형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강박관념을 갖도록 한다는 신념과 좋다고 여기는 것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과유불급의 의미를 교육의 실천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열린 결과를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표정을 아이들 스스로가 상상하게 하는, 즉 비어있는 도화지를 아이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도 이러한 열린 방식의 교육은 유효할 듯 하다. 정답 맞히기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의 교육 풍토에서는 아직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은 누구의 작품이다’라며 정답을 외칠 수는 있지만, 그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해석에 도달하였는가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만 토론하는 분위기, ‘쓸데없는’ 이야기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 ‘중요한’ 대화 만이 이루어지는 사회, 주장만 있으며 토론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을까. 또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러한 조건에서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부족원들의 기원을 담아 주술적 의미로 실행되기 시작한 것이 예술이다. 문명의 발전을 거치며 그 형태와 기능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였지만, 사회와 그 구성원 간의 토론을 위한 매개체로서 예술이 현재까지도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반대로 잘못된 문화예술 교육이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지도 역사를 통해서 증명되어 왔다. 웃고만 있는 얼굴, 울고만 있는 얼굴, 그리고 언제나 활기차기만 한 얼굴 등등. 한 방향으로의, 토론 없이 해설만을 제공하는 문화예술의 위험성을 말이다. 다양성을 보장하며 자유로운 표정이 표출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구축해 나가는 데 문화와 예술이 여전히 유효한 매개체로서 역할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박인성<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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