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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아<성악가> |
유학시절, 조기 유학을 나왔던 어린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첼로를 시작했니?" 엄마가 시켜서 첼로를 시작했는데, 유학도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첼로는 어마하게 비싼 첼로도 아니라면서, 장한나처럼 밀어주지 않으려면 왜 자신에게 첼로를 시켰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자기의 의지와는 무관했던 것이라며 엄마 핑계를 대는 그 아이의 모습에 참 화가 났었다. 그땐 그랬다. 하지만 내가 아이 엄마가 되고 또 그때 그 아이 또래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그 아이의 상황이 다른 시각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하시는가. 하지만 어린 제자들에게 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냐 라고 물어보면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시켜서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노래가 너무 좋아서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내 기대만큼의 열정을 가진 아이들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세대가 변한 것일까. 나와 같은 시기에 공부했던 친구들은 ‘음악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말한 아이들도 참 많았던 것 같은데.
교육적으로도 어린 아이들에게 음악, 미술, 체육은 최고의 긍정적인 자극이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그 세계를 보여주고 접촉하게 해 주는 것은 부모들이 참으로 장려할 일이지만, 이것이 취미가 아닌 전공이 될 때는 아이의 결정에 더 귀를 기울이며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졌을 때도 음악은 어렵게 공부한 만큼 그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 고효율의 학문이 아니다. 아이가 음악에 재능이 보일 때 아이에게서 죽을 것 같은 열정이 보이는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서포트를 해줘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부모의 재력과 아이의 재능은 아이가 음악가로 자랄 수 있는 어느 선까지는 희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가 엄마의 욕심이면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될 확률이 높다. 아이의 재능에 더해 아이 스스로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 아이는 기쁨과 기대에 넘쳐 하루에 7시간씩 감당해도 힘들지 않을 연습시간을 보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죽고 싶은 마음으로 그 긴 시간을 때우게 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회복 탄력성이 높아지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 일을 위해 여러 해 동안 레슨비를 투자하고 긴 연습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그 아이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음악은 인간정신의 표현이기에 음악을 사랑해야만 가능하다. 과연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테크닉을 연마했다고 해서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백민아<성악가>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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