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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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태평지하차도 확장공사 현장. 경부고속철 대구도심통과구간의 지상화를 전제로 한 철로변 주변정비사업의 하나로, 올해말 공사가 끝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8조원대(전액 국비)에 이르는 사업비 탓에 정부로부터 외면받아 온 ‘경부선 대구도심통과구간(서대구~대구역~동대구역·총 연장 14.6㎞) 지하화’ 사업이 재조명 받고 있다. 꾸준히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에다 그간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서다. 이 때문에 내년도 정부예산에 35억원의 지하화 관련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대구시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하화는 지상화를 위해 투입됐던 1조3천억원을 날리는 것이어서 막대한 예산낭비라는 비판도 드세다.
與 중앙·시당 예산정책간담회서
사업 재추진 적극지원 입장 밝혀
市, 정부 예산 35억 편성 기대감
지상화에 이미 1조3천억 들어가
“막대한 혈세 낭비” 비판도 드세
엑스코線 예타조사 집중 목소리
◆지하화에 관심 보이는 대구 정치권
대구시에 따르면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주 대구시에 ‘경부선(경부고속철도 포함) 대구도심통과구간 지하화’ 사업에 대한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민주당 중앙당과 대구시당 간의 예산정책간담회 때는 경부선 대구도심통과구간 지하화사업이 비중있게 논의됐다. 내년 총선때 민주당 대구시당의 공약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때 이미 지하화를 대구시당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대구시는 자유한국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내년 정부예산에 지하화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대구시는 용역비 35억원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하화 논의는 2011년 7월 조원진 국회의원(당시 한나라당 소속)이 ‘경부선(무궁화호 등)+경부고속철도’ 모두를 지하화하자고 제안하면서 재점화됐다. 대구시는 2016년 11월~2017년 11월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한 뒤, 2018년 정부에 국가계획반영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대선 때에는 ‘대구 중장기 발전프로젝트’(12개)에 담아 각 대선후보에게 건넸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구시는 지하화를 위한 막대한 사업비와 긴 공사기간(10~12년 소요)탓에 부담을 느껴왔다. 하지만 지상철도로 인한 지역 단절, 소음 및 진동, 주거환경 낙후 등으로 지역발전에 장애가 되는 만큼 지하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하화를 통해 지상부를 최대한 개발, 도심을 재창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초(11조1천억원)보다 사업비를 줄였지만 재정 부담때문에 정부가 당장 추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하지만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 국가주도사업으로 추진하려면 일단 내년도 사전타당성 용역비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하화 요구에 대한 비판도 드세
경부선 지하화는 지상화를 위해 투입된 1조3천억원(KTX본선 개설 및 주변정비사업비 포함)을 공중으로 날리겠다는 것이다. 수백만원의 예산낭비도 비난하는데, 1조3천억원의 막대한 혈세를 공중으로 날리겠다는 발상에 대한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게다가 지상화를 조건으로 진행했던 경부선 주변정비사업의 마지막 공사인 태평지하차도 정비 공사는 올 연말 끝난다. 지상화 때문에 하는 공사가 아직 진행형인데, 지하화를 요구하는 것도 난센스라는 것이다.
특히 ‘지상화냐 지하화냐’를 놓고 대구사회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김범일 대구시장 재임때 내린 결론이 지상화였다. 그런데 지금 대구시가 지하화를 요구하는 것은 김 시장때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공인하는 것이다. ‘김범일 시장때의 대구시는 틀렸고, 권영진 시장때의 대구시는 맞다’라고 하는 셈이다.
그래서 중앙정부 시각으로 볼 때, 지하화는 황당한 요구로 비칠 것이란 비판이 대구시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대구시의 명분있는 합리적인 요구조차 지하화 요구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 엑스코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포함과 같은 명분있는 사업에 정부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대구시와 대구정치권이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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