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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극단 한울림 배우> |
갑자기 화가 나면 나는 욱해서 십원짜리 두 글자 욕을 한다. 사람을 향하는 것은 아니고, 순화된 단어로 말하자면 ‘진짜 화난다’를 한마디로 시원하게 뱉어내고 싶은 욕구가 감탄사처럼 욕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욕을 신나게 썼을 것 같지만, 학창시절까진 오히려 욕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단어는 쓰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바른 생활 아이였다. 그러다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학창시절과 달리 화는 나지만(그 화가 생긴 것이 사람이든 상황이든) 풀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아지면서부터 욕을 입으로 뱉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또 잡생각을 해본다. 욕을 쓰는 순간 나를 잘 포장하고 있던 체면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욕은 듣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을 더 천박하게 만든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면 ‘그래. 욕은 하지말자’라고 생각은 하는데 한마디 뱉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니 아직 못 고치고 있다. ‘저 사람은 어디 못 배운 사람인가 어떻게 저런 단어를 쓰지’하고 생각하며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기피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문제는 욕 자체에 설이 더해져 욕설이 될 때다. 이때는 본인의 화풀이에서 끝나지 않고 상대방이 상처를 받게 된다. 자기의 감정을 풀어내던 배설구가 상대를 향할 때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욕 한마디 섞지 않았지만 웃는 얼굴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약점을 건드리는 배려 없는 살벌한 말들도 많다. 정제된 단어 속에서 더 날카롭게 뱉어내는 말이다.
욕이란 단어 자체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잘못이 없다. 단지 쓰는 사람의 감정이 상대를 향할 때 욕은 진정한 욕이 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친한 사람들끼리 친근감의 표현으로, 또 옛날엔 해학 풍자의 표현으로 욕을 쓰기도 하지 않나. 분명히 그 순기능도 조금은 있을진데, 이상한 말이지만 욕을 욕으로 만드는 것은 감정이다.
잡생각을 풀어놓다보니 내가 엄청난 욕 옹호가 같은데, 다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할 때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구차한 방법 중에 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화를 풀어낼 더 좋은 방법을 찾을 때까진 욕이 내 인격을 떨어뜨릴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인격을 떨어뜨리지는 않도록, 욕설이 되지 않도록 해야지.
아직은 한마디 내뱉는 짧은 욕에 마음이 풀리는 나는 욕쟁이다.
이지영<극단 한울림 배우>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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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욕쟁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10/20191009.0102007573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