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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을 쓰시는군요, 글 잘 쓰는 분들 너무 부러워요.” 우리의 직업이 방송작가라는 걸 알았을 때,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을 건넨다. 당연히 맞다. 글 잘 쓰는 사람들. 그런데 아쉽게도 방송국이라는 공간은 작가들에게 ‘글만 잘 쓰면 되는 능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기획에 섭외에 촬영 구성안도 써야 하고, 편집본도 봐야 하고, 스튜디오 대본도 써야 하고, 영상에 들어갈 내레이션에 자막에, 마지막 종편까지 함께해야 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완성되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할 일투성이인 직업이 바로 방송작가다.
우리끼리 ‘공장’이라 부르는 방송국의 시간은 일주일 단위로 정신없이 흘러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달이, 일 년이, 10년이 쏜살같이 도망가 버린다. 스물셋 꼬맹이 작가 후배들이 어느새 30대, 40대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글 쓰는 게 좋아서, 방송일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대가는? 짜다. 겉보기엔 폼 나는 직업 같지만, 6개월마다 다가오는 개편에는 밥줄걱정을 해야 하고, 프리랜서라 퇴직금도 없다. 한 때 뉴스에서 ‘최저임금’이 이슈가 됐을 땐 우리 방송작가들도 취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픈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빛글’을 만들었다. 세상에 빛이 되는 글이라는 뜻이다. 방송국 안에만 머물기에는 역량이 조금 넘치는 이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선배, 후배 그리고 제자로 좋은 인연을 이어온 방송작가들과, 뜻을 같이 하는 전문가들이 모이니, 기운이 좋다. 팔불출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빛글’ 멤버는 글만 잘 쓰는 작가들이 아니다. 몇몇은 촬영과 편집에 능하고, 몇몇은 사진에 디자인도 하고, 몇몇 이들은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고픈 것이 많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우리의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었다.
올해 초, ‘빛글’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하는 마을기업이 되면서, 사회적 경제 영역 안에 발을 내디뎠다. 사회적 경제, 처음엔 뭐가 뭔지 잘 몰랐지만 한 해를 보내면서 이런 마음이 든다. 돈도 벌면서 의미 있는 일도 하고 싶었던 우리 마음과 어찌 그리 잘 맞는지, 흔히 말하는 소위 든든한 ‘빽’이 생긴 느낌이다. 좋은 기운 때문일까. 올 한 해 빛글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디자인 출판, 그리고 문화행사까지 참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어서 해외에 한글학교를 세우자는 빛글의 꿈, 그 꿈이 현실로 빛날 수 있기를.
박연정 (빛글 협동조합 대표)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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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빛나는 우리들의 꿈](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10/20191028.01022081004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