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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1+1’은 ‘2’ 이상이다

2019-10-31

다문화가정 이중언어 환경
잘 활용하면 국가적 큰 자산
두언어 접촉땐 시너지 효과
글로벌 인재로 성장에 도움
국가차원 이중언어 교육을

[우리말과 한국문학] ‘1+1’은 ‘2’ 이상이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몇 해 전 모 대학교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다문화 관련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다문화가정 및 다문화 학생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한국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중언어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브릿지’라는 프로그램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필자가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다문화 교육에서 언어 교육의 중요성 및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정부 기관, 민간단체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다문화가정 또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단순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참여한 ‘글로벌브릿지’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환경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이중언어 구사 능력 함양에 유리하며 다문화가정 학생이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계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하여 고안되었다. 즉 다문화가정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이중언어 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여 국가의 큰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은이는 다문화가정 아이인데, 한국어뿐만 아니라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면서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나은이는 아빠와 대화할 때는 한국어를, 엄마와 대화할 때는 독일어를 사용하는데, 어릴 때부터 두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나은이와 같이 이중언어 구사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적어도 필자가 접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릴 때 한국이 아닌 부모 나라에서 성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글로벌브릿지’에 참여한 다문화가정 학생 대부분이 한국어 외의 부모 나라 언어는 인사말과 같은 기본적인 표현 몇 가지를 알 뿐이었다. 나은이와 같이 이중언어 구사자로 성장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도 있지만, 이중언어 환경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다문화가정은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빨리 동화되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결혼이주여성의 언어와 문화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여 이중언어 교육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환경을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한 우려와 달리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여러 연구들은 이중언어 노출이 언어 발달의 위험 요인이 아니며 오히려 두 언어가 서로 접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본다. 즉 ‘1+1’이 ‘2’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교육은 부모 나라의 언어능력 함양은 물론 부모 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글로벌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이중언어 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국가적 차원의 실효성 있는 이중언어 교육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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