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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진정 사랑한다면

2019-11-05
[문화산책] 진정 사랑한다면
이응규

뮤지컬 창작자 조나단 라슨. 그는 23세 되던 해부터 7년 동안의 오랜 시간을 ‘수퍼비아’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작품이 ‘리차드 로저스 상’을 수상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뉴욕에서 워크숍까지 열었지만 결국 사장되고 말았다. 그 후 30세가 되던 해 예술가로서 막막한 미래를 담은 자전적 작품 ‘틱틱붐’을 1인극으로 발표하게 되는데 1991년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아주 작은 극장에서 라슨이 직접 출연해 짧은 시간 공연을 펼쳤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참고로 현재 우리가 아는 작품은 그가 죽은 후 그의 친구가 새롭게 3인극으로 뮤지컬화한 것이다.)

2년 뒤 라슨이 혼자 만든 작품 ‘렌트’는 수많은 워크숍을 거치게 되는데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온 분신과 같은 이 작품은 마침내 오프-브로드웨이에 입성을 준비하게 됐다. 그가 36세가 되던 1996년 1월26일. ‘렌트’의 리허설을 본 공연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날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마친 라슨은 부엌에 들어가 혼자 차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대동맥류로 사망하고 만다. 라슨의 사망과 동시에 공연이 오픈되던 날 ‘Seasons of Love’를 부르던 배우와 극장 안 온 스태프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공연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뮤지컬 ‘렌트’는 브로드웨이 토니상 4개 부문(작품상·음악상·각본상·남우조연상), 오비상, 드라마 데스크 상, 퓰리처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나는 뮤지컬 창작자로서 회의감을 느낄 때나 창작욕구가 저하될 때면 라슨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내가 25세 되던 해 뮤지컬 ‘유어 마이 썬샤인’을 만들어 세상에 발표했을 때도, 뉴욕에 가서 뮤지컬 공부를 할 때도, 오랫동안 만들어온 뮤지컬 ‘기억을 걷다’로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을 때도, 3년간 작은 무대에서부터 발전시킨 뮤지컬 ‘유앤잇’으로 올해 창작뮤지컬 상을 받았을 때도 그의 정신은 늘 나와 함께했다.

그동안 공들여 만들어 온 많은 작품들 중 아직까지 장기 공연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작품은 없다. 스타 캐스팅과 자본으로 무장한 라이선스 뮤지컬들처럼 공연을 올리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오랜시간 한 땀 한 땀 만들다 보면 1년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급히 다가온 짧은 공연 기간동안 작품을 발표하면 비평을 견뎌내야 하는 반복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여전히 심장이 뛰는걸 보니 아직도 나는 뮤지컬을 참 좋아하나보다.

그래. 진정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조나단 라슨 처럼만 하자. 이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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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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