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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덕수<대구도시철도공사 차장> |
새벽 공기 속에 청량함이 느껴지고, 매일 보는 파초 잎이 시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등 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다. 대지에 뿌리를 내린 초목은 열매를 맺고 하늘의 날짐승, 땅의 들짐승, 물속의 물고기도 살찌고 번식하는 이 계절에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뜨거운 여름을 견딘 자연의 뭇 생명은 결실을 거두는데, 지난 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자신을 돌아보는 가을아침이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에서 가을에는 독서보다 여행이 제격이라고 했다. 마음이 근질거려서 조용히 독서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면서. 누구나 가고 싶은 지역,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중국은 언제나 가고 싶은 나라이고, 취푸(曲阜)는 다시 가고 싶은 장소이다.
중국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내가 처음 중국을 여행한 것은 2007년 2월 양재 이갑규 선생님을 따라 중국을 답사한 것이다. 벌써 12년 전의 여행이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취푸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공부(孔府), 공묘(孔廟), 공림(孔林)을 답사하면서 책에서 만난 공자의 모습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안개 낀 취푸의 새벽 거리를 걸으면서 2천500여 년 전의 삶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 감상은 취푸라는 역사의 현장에서만 가능한 체험일 것이다.
취푸에서 3박4일을 묵은 궐리빈사(闕里賓舍)도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이다. 공자가 살았던 마을, 궐리(闕里)를 따와서 붙인 호텔이름부터 공부가연(孔府家宴: 공자 집안의 음식을 재현한 연회)과 고대 중국음악 공연까지 공자시대를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호텔이었다. 궐리빈사와 공부(공자 후손이 대대로 살았던 종가)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2층 내 숙소에서 공부의 기와지붕을 바라보면서 내가 공부에 머무르는 상상에 잠겨 보기도 하였다. 돌아오는 여정에 베이징을 방문하여 현대의 중국도 잠깐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때의 답사가 나를 더욱 중국역사와 문화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공부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삶의 활력소를 가지고 있어야 어려운 때를 견딜 수 있다. 나에게는 중국 역사공부와 고전 읽기가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가끔 책 속의 현장을 밟아 보는 중국 답사여행을 꿈꾸면서,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논어’를 필사한다.
최덕수<대구도시철도공사 차장>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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