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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드하임은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뮤지컬 작곡가로 여덟번의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계의 현존하는 전설적 인물이다. ‘스위니 토드(Sweeney Todd)’ ‘숲속으로(Into the Woods)’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등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는 ‘해밀턴’을 세상에 발표하기 전 손드하임을 찾아가 작품 비평을 부탁했고 그로부터 받은 찬사로 인해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서전 뮤지컬 ‘틱틱붐’에서는 극 중 주인공 존이 손드하임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데 너무 영광스러운 마음에 손드하임의 이름조차 감히 소리내어 부르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란다와 라슨이 그랬던 것처럼 손드하임은 뉴욕을 넘어 전 세계 창작자들과 뮤지컬 팬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이다.
하지만 이 작곡가가 만든 작품의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어렵다’. 뮤지컬 창작을 공부한 나조차도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음악의 독특한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모티브가 수없이 변주되고 대단히 테크닉적이며 화성은 복잡한 공식들로 엮어져 있다. 똑같이 반복되는 ‘리프라이즈(reprise·반복 부분)’ 형식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뮤지컬 작곡가는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라고 주장하는 그는 작곡과 동시에 연출까지 깊숙이 참여한다. 뮤지컬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의 ‘빛과 색’에서 ‘blue’ ‘red’ ‘dot’ ‘fat’과 같이 1음절의 단어들을 짧게 끊어 부르는 스타카토로 노래하며 점묘화를 그리는 장면은 드라마의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정교하게 연출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이다.
음악적 형식인 AABA나 Vers&Chorus의 획일화되고 반복되는 형식을 철저히 피하고 불협화음과 끊임없는 변박으로 진행되는 그의 음악은 일반 관객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그는 이런 불친절한 불평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삶이 매 순간 변하는데 극적인 음악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멜로디를 중요시하는 뮤지컬 음악보다는 드라마를 음악화하는 뮤지컬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흔히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자, 관객 여러분. 이제 제가 노래하는 시간이에요. 이건 뮤지컬이니까’가 아닌 ‘저는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이용해 여러분께 드라마를 전달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손드하임의 음악이 참 좋다.
뮤지컬은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보이며,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 혹시라도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사전에 꼭 음악과 가사를 분석하고 가시라. 유수같이 빠른 세월만큼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드라마 탓에 안락한 객석에 앉아 숨을 거둘지 모른다.
이응규 (EG뮤지컬 컴퍼니 대표이사)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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