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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돌아온 라이카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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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부스럭. 어둠 속에서 검은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옳지 드디어 잡았다. K는 숨을 죽인 채 빗자루를 들고 다가갔다. 며칠 동안 편의점 뒷골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도망간 녀석이다. 아무리 먹을 것이 없다지만 애써 묶어둔 쓰레기봉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심야 알바를 하는 처지에서는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혼을 내주기 전에 먼저 녀석의 상판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K는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켰다. 그런데 녀석은 놀라지도 않고 침착하게 고개를 들었다. 헉! K는 말문이 막혔다. 반으로 접힌 두 귀. 말려 들어간 꼬리. 우수에 찬 까만 눈망울. 틀림없다. 녀석은 바로 우주 강아지 라이카였다.

1957년 길거리를 떠돌던 유기견 한 마리가 모스크바 항공의학연구소로 붙잡혀갔다. 신장 35㎝, 몸무게 6㎏ 정도로 몸집이 작았던 라이카종 암캐는 영문도 모른 채 고된 훈련을 견뎌야 했다. 동시에 ‘쿠드럅카’라는 애칭을 얻어 사랑도 듬뿍 받게 되는데 그 해 11월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시끄러운 굉음과 엄청난 압력 때문에 강아지의 심장은 요동을 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열판 고장으로 뜨거운 열을 한꺼번에 받는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라이카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우리에겐 우주로 간 세계 최초의 동물로 기억되고 있지만 라이카의 삶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개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47마리의 강아지가 우주로 올라갔고 그중 20마리가 죽었다.

당시 소련과 경쟁 상대였던 미국은 ‘강아지를 죽이는 잔인한 공산당’이라고 비난을 했지만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동물 실험이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1959년 나사도 원숭이 두 마리를 로켓에 태우고 고도 580㎞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 9분간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원숭이들은 금세 뼈가 으스러질 듯한 끔찍한 충격을 견뎌야 했지만 다행스럽게 가혹한 우주 비행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사실 지구를 떠난 첫 번째 생명체는 초파리였다. 초파리는 개체 수가 많고 한 세대가 짧기 때문에 여러 세대에 걸친 유전자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의학적 실험에 적합하다. 1947년 지구 상층 대기권에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초파리를 로켓에 태웠는데,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에 가까운 고도 108㎞까지 올라간 후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K는 유통기한이 다 된 소시지 하나를 들고 와서 강아지에게 던져 주었다. 컵라면 용기를 핥던 녀석은 고마운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천천히 걸어와서 소시지를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김영준
기자 이미지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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