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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인<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 성분이 그렇게 만드는지 내 모든 감각은 팽팽해진다. 마치 활이 현을 누르는 것처럼. 그러다가 줄 하나가 툭하고 끊길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저혈압인가.
“쌀쌀했어. 한 번도 보지 못한 황무지 같은 곳이었지. 태초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 가도 가도 사람을 볼 수 없어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름인데도 밤이 되니 무척 추웠어. 내가 머문 비앤비 앞에서 바라보면 별처럼 먼 거리에 작은 불빛 한두 개가 반짝이고 있었지. 공기는 투명하고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어. 공포를 조금 느낀 것 같아. 여긴 사람들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구나. 아득한 느낌이었어. 뭔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어.”
“나 그 기분 알아. 저혈압의 느낌.”
“거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외롭게 떨어져 사는 걸까?”
“사람이 많다고 외롭지 않나, 뭐.”
내가 스코틀랜드 북부 지역의 분위기를 말했을 때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이 대화가 떠오른 까닭은 먹구름과 카페인이 섞여 그곳과 비슷한 기분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좌우를 둘러본다.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에 빠져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 카페에 오지만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실없이 누가 말을 건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거나 귀찮아할 것이 뻔하다.
예전에 자주 가던 카페의 직원은 내가 계산대에 서면, 어느 날부터 ‘아메리카노 라지 오리지널 맞죠?’라고 말하다가 ‘마시던 걸로 드릴까요?’하다가 나중에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카드를 긁었다. 아주 큰 카페여서 모든 직원들이 매뉴얼 같은 대사를 읊는데 그 직원만 그랬다. 어떤 날은 ‘일찍 오셨네요’하며 인사도 했다. 그의 친절함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한번은 그 직원이 퇴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배낭을 메고 내 옆을 지나갔을 때, 하마터면 시간 있으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할 뻔했다. 경쾌한 걸음걸이가 내 마음을 자극한 탓이었다. 아르바이트생임이 분명한 그 직원은 카페를 그만두었다.
그의 웃음이 생각날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로가 가볍게 가서 만날 수 있는 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처럼 먼 거리에서라도 나 여기 있다고 자그만 불빛을 반짝이는 것처럼 카페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넬 용기가… 아직은 내게 없다. 송영인<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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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없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912/20191211.0102308150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