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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134340 플루토

2019-12-16
20191216
김영준(TBC 제작팀장)

“고탈목?” “응, 고시원 탈출이 목표인 사람들.” “저를요?”

공동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K에게 선배가 기름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나 못 들어온다니까. 고탈목 가입 조건은 첫째 고시원 생활 6개월 이상, 둘째 애인 금지. 사랑은 공부에 절대악이거든.” 이번엔 노란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셋째 야식 금지. 건강은 공부에 절대선이거든. 근데 너 심야에 치킨 시켜 먹더라. 자격 미달이야.” 그때 K의 눈에 들어온 것은 티셔츠의 캐릭터였다. “어? 플루토다!” 플루토는 미키마우스의 애완견 이름이자 명왕성의 이름이다.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신인데 태양에서 64억㎞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 이름으로는 딱인 셈이다. 명왕성의 70%는 암석, 30%는 얼음으로 이뤄져 있으며 크기는 달보다 작다. 1970년대만 해도 천문학은 태양에서의 거리에 따른 순서로 행성별 특징을 설명했다. 그런데 보이저 1호와 2호가 우주를 탐사하면서 혜성, 소행성, 위성이 더 많이 발견되었고 태양계 외곽에는 명왕성 말고도 수많은 얼음 천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명왕성은 행성일까 얼음 천체 중 하나일까? 또 이러한 분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인간과 침팬지를 분류하면서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우주의 천체도 어떻게 생성되고 변해 왔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1999년 5월24일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는 800명의 청중 앞에서 세계 최고의 천문학자 6명이 명왕성의 분류에 대해서 끝장 토론을 했고 그 후 수많은 논란 끝에 2006년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행성의 정의가 내려졌다. 첫째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것, 둘째 자체 중력으로 구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것, 셋째 주변 궤도상의 천체들을 쓸어버리는 물리적 과정을 완료할 것. 이 정의에 따라 명왕성은 주변 궤도를 돌고 있는 얼음 부스러기들을 청소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아서 ‘134340 플루토’라는 이름의 왜소행성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에서는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명왕성을 천체로서만이 아니라 문화로서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BTS의 ‘134340(Pluto)’가 미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는 것도 이해가 된다.

“고탈목 회원이냐 아니냐가 뭐가 중요하냐고? 그건 우리가 왜 이곳에서 청춘을 바치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의해주기 때문이야.” 불룩 튀어나온 배를 쓸면서 K의 선배가 말을 이어갔다. “오늘부터 너를 고탈목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럼 치킨은?” “10시 전에 시켜 먹자.”

김영준(TBC 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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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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