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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원<다님그룹 대표> |
어린이들은 티가 없이 맑게 웃고, 맑게 운다. 감추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눈빛으로, 미세한 근육으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드러나는 얼굴은 가히 예술이다.
얼마 전 딸 아이의 방과후교실 참관수업을 다녀왔다. 시간을 맞추느라 허겁지겁 교실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딸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들의 한없이 맑은 표정과 눈빛들에 둘러싸여 그동안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들이 단순하고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맑은 계곡물 사이로 내가 스며들어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되듯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누가 그랬다. 아이들이 스승이라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네, 당연하지요' 하고 대답은 했었지만, 사실 이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겠다. 정말 내 아이들이 나를 가르친다고 생각해본다. 나를 일깨워주려고 그러나보다 생각한다. 내가 어렸던 그 시절을 자꾸 생각나게 해주고, 점점 잃어가는 애틋한 마음과 희망과 바람들을 닦아주어 그때처럼 빛나게 한다.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쉬 마려우면 쉬 마렵다고, 곧장 온 얼굴의 표정과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본다. 그러면 배고파도 참고,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하고 싶은 게 있더라도 일단 참는 나를 만난다.
왜 그리 참는지, 왜 참아야 하는지도 생각하기 전에 '잠시만, 조금만 더 있다가'부터 내뱉고는 하던 걸 계속한다. 그런데 나중에는 뭘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린다.
아, 나는 진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걸까. 이렇게 답을 찾다가 더 막막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무언가 하고 싶었던 그 마음은 사막에 부는 모래바람처럼 그 형체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사막에 부는 바람은 그 어떤 똑똑한 생각이나 특별함도 언제 그랬냐는 듯 둥그스름하게 덮어버리고는, 그저 그런 모래 언덕을 만들어 버린다. 나는 이제부터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호기심과 그것을 당장 해결하고픈 마음을 애써 참거나 숨기지 말고 우선 생각나는 대로 글로 적어야겠다. 무엇이든 그때그때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아이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좀 참아봐. 여기 화장실 없어'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던 내가 보인다. 만약 내가 다시 그런 순간을 만나면 '배고프지? 밥 먹은 지 한참 됐네. 우리 뭐 먹을까?' '쉬 마렵지? 얼른 화장실 찾아보자. 어디 있을까' 하고 말하며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이리라. 감사한다. 아이들.
이호원<다님그룹 대표>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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