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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세상에 나쁜 색은 없다

2020-01-10
인물 사진 - 최성규
최성규시각예술가


얼마 전 필자가 속한 경산의 보물섬의 내부를 새 단장 했다. 실제로 칠해 보니 짙은 녹색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색이 아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한번 손을 댔으니 계속 칠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흰색으로 덧칠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아침에 맞이한 짙은 녹색의 긴 벽은 여전히 강하고 흉물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1년 전 지인이 쓰고 남은 수성페인트라고 주고 간 일이 생각나 곳곳을 뒤져서 페인트통을 찾아 뚜껑을 열어보니 노란빛을 띤 연두색이었고 양도 충분했다. 녹색 벽을 다 덮으려고 하다가 긴 벽면의 일부분을 분할해서 덧칠했다. 뜻밖의 결과에 놀랐다. 좀전의 흉물스러운 짙은 녹색이 의도적으로 칠한 듯한 터치는 물론이거니와 아주 고급스럽게까지 보였다.

문득 예전에도 깨달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세상에 나쁜 색은 없다. 다만 그 옆의 색이 어떤 색인지에 따라서 어울리거나, 안 어울리는 색이 있을 뿐이다.'

나쁜 색이 없듯이 세상에 '나쁜 미술'이라는 게 있을까?

얼마 전 장장 6개월 동안 24회에 걸쳐 수성구 용학도서관에서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 책의 결론은 편견과 선입견 없이 미술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검증된 작품이라는 말도 예술의 세계에서는 어색하다. 검증된 미술관, 검증된 갤러리, 검증된 전시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그럴 듯하며 검증되지 않은 혹은 잘 들어보지 못한 전시공간과 활동은 여전히 미숙하기만 한 '철부지 미술'로 취급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 나쁜 색이 없듯이 세상에 나쁜 미술은 없다. 단지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덜 알려져 있고, 덜 이해받는 미술이 있을 뿐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예술가들의 활동과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트렌드'와는 다르게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편견과 선입견 없이 지켜보는 일은 어려운 일일까? 세상에 나쁜 색은 없다. 우리가 그 색의 옆에 어울리는 색으로 서 있는지 아니면 무조건 그 색에 대한 편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은 불편하고 성미에 맞지 않는다고 '저게 뭐야!'라고 쉽게 단정하지 말고, 권위 있는 기관과 사람에 의해서 인정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세상에는 더욱 다양한 미술들이 숨을 크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최성규<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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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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