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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손품시대'의 리더십

2020-01-29

오프라인 발품시대 한물 가
이젠 연결가치 빛을 발하는
손품마케팅이 대세인 세상
기존 성공법칙 좇는 것보다
실패품는 성취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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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발품시대가 아니라 '손품시대'다. 손가락 클릭이 돈으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주도의 '초연결 마케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제조업 위주의 오프라인 시장은 2007년쯤 정점을 찍고 하강커브를 그린다. 신문명의 이기 탓이다. 스티브 잡스가 혁명에 가까운 아이폰을 출시했고, 구글이 유튜브 시대를 열고 2008년부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두가 4차산업혁명의 신호탄이었다. 발빠른 이해진은 2000년 7월 온라인 게임업체 한게임과 검색전문회사 서치솔루션을 인수·합병하면서 네이버시대를 연다. 뒤이어 다음카카오의 명장인 김범수, 한국 게임사업의 신화를 일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등이 등극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걸 잘 만드는 제조업자가 리더였다. 그런데 20여년 전부터 연결(WWW)비즈니스의 총아랄 수 있는 '앱'이 새로운 리더가 된다.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이끈 세계 유통의 대명사인 '아마존'은 월 마트의 아성을 흔들어버렸고 전자상거래의 교주가 된 알리바바그룹의 마윈도 상이한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쓰나미급 부를 일으켰다.

TV채널을 장악한 그 엄청난 숫자의 홈쇼핑. 그 앞에 백화점이 절망하고 있다. 여행사에 직접 전화를 걸지 않고 TV 홈쇼핑 여행상품에 매달리자 여행사도 절벽 앞에 서게 됐다.

이 흐름은 누구에겐 재앙이고 또 누구에겐 신세계로 가는 '축가'이다. 그걸 단번에 직감하고 시대에 딱 맞는 앱(배달의 민족·배민)을 개발해 돈방석에 앉은 사내가 있다. 2010년 론칭해 지난해 독일의 유통그룹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천억원에 매각된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이끄는 <주>우아한친구들의 김봉진 CEO. '경영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는 '홀로족 혼밥시대'를 배달마케팅으로 품었다. 식당에 갈 겨를이 없는 자들은 수시로 배민을 클릭했다. 초대박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작은 미약했다. 공고를 졸업한 '흑수저' 출신이었다. 초창기 수제가구 사업을 했지만 금세 망해버리고 수억원 빚을 진다. 새 일을 찾아다녔다. 창업 초기 바닥에 굴러다니는 전단 속 음식점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 데이터베이스에 쌓았다. 그렇게 모은 5만건의 정보를 돈으로 연결시켰다.

그의 성공은 이 시대 청년백수는 물론,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감이 없는 많은 리더에게 귀감거리다. 그의 경영라인은 유달리 촌스럽다. 벤처회사의 이름이 배달의민족이라니? 그것부터 반전 드라마였다. 그는 'B급(을) 비즈니스'를 존중한다. 그는 본사를 '큰집'이라 명명했다. '일은 수직적, 관계는 수평적'이라 강조한다.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란 표어를 곳곳에 붙여놓았다. '공짜밥'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종일 일 안하고 수다 떨고 노는 '파티데이'도 정했다. 더 놀라운 발상이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 책상에 가서 결재받도록 했다. 그는 이 모든 발상을 '배민다움'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이건 성공사례일 뿐. 너무 흥분해선 안 된다. 경영에는 정도도 답도 없다. 운(運·Fortune)이라는 미스터리한 변수 때문이다. 모든 성공의 이면에는 완벽한 실패가 전제돼 있다. 그래서 성공법칙은 없는 건지도 모른다. 단지 실패에 주눅 들지 않는 것, 그 실패만의 교훈을 품고 재도전하는 불퇴전의 정신, 그게 바로 '손품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인 것 같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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