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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통합신공항 합의, '군위 저항'부터 이해해야

2020-07-08

시한부 벼랑끝 내몰린 신공항
불도저식 강공모드 해법 안돼
자존심 무너지고 상처난 군위
인센티브로만 접근하면 오판
사업 진정성 의심받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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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사회부 차장

2016년 그해 여름은 대구경북에 잔혹했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열렸던 6월25일. 대구시민은 중구 동성로에서 경북도민과 함께 울분을 토했다. 나흘 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결과 발표 때 누가 봐도 명약관화(明若觀火)했던 경남 밀양이 탈락하고, 뜬금없이 김해 신공항 확장안으로 결론나서다. 7월11일쯤 울먹이던 지역에 정부는 군공항(K2)·대구공항 통합 이전카드를 던졌다. '번듯한 공항'을 지어 대구경북 하늘길을 활짝 열겠다는 염원은 그렇게 힘겹게 이어갔다.

4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 7월. 통합 신공항 이전사업은 또다시 중대 갈림길에 섰다. 경쟁 후보지가 밀양과 가덕도에서 지역 내 단독후보지(군위 우보)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라는 점만 바뀌었다. 지역 내 문제라서 해결이 가능할 줄 알았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더 어려웠다.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후 군위와 의성은 3년5개월간 서로 으르렁댔다. 기대했던 지역 지자체장 간 갈등관리 리더십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에 대한 합의를 해오라며 한 달여간 시간을 줬다. 이른바 '단두대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답답한 것은 합의시한은 정해졌는데 정작 설득을 하려는 자의 태도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득에 임하는 기본자세부터 구비되지 않았다.

대세(주민투표 결과)를 따르지 않았다며 집단 손가락질을 당한 군위 민심을 보듬고 달래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불도저식 강공모드가 최선인 양 인식되고 있다. "선정위의 뜻대로 공동후보지에 유치신청해라" "유치신청을 안하면 지역사회의 큰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압박기류만 흐른다. 설득하려는 이들이 군위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국방부는 이전지 선정 룰(선정기준 및 절차)을 정할 때 선명성을 담보하지 못해 군위·의성군민들이 각자 해석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판관 포청천' 역할을 기대했던 경북도는 조급한 마음에 대놓고 공동후보지를 밀었다. 신공항 이전을 기획한 대구시는 지나치게 중립모드를 취하다 갈등발생 과정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기존 설득방식은 더 어설펐다. 대구시와 경북도, 국방부는 각종 시설건립 등 장밋빛 인센티브로 군위의 마음을 돌려세우려 했다. 군위군민의 자존심을 더 상하게 하는 우를 범했다. 행정통합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시골 민심을 너무 몰랐고 쉽게 봤다. 중재자들이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 못참는 모양'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했다.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당근책을 제시하면 해결될 줄 알았다. 심대한 오판이었다. 응어리진 군위의 마음 치유가 우선돼야 한다. 분명한 것은 군위가 이 사태 해결의 핵심 키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수원처럼 군공항을 받겠다는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때 그나마 군위가 유치 의지를 꺾지 않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이전의 꿈은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다. 한국형 설득전략의 권위자인 이현우 한양대 교수는 "설득을 잘하는 법 대신 거절하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설득 대상인 군위가 극렬하게 저항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을 등한시하면 사업 추진의 절박함과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최수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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