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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태만 〈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
학창시절 취미 칸에 마땅히 적을 것이 없어 한참 고민하다가 '독서'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 다른 책을 즐겨 읽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독서는 나에게 왠지 모를 부채감으로 남아 있었다. 나이 들어 직장에 근무하며 반복되는 일상이 어느 정도 지속된 후 '이렇게 사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불쑥 찾아왔다. 그 해답이 궁금했다. 그즈음부터 인문학 책들이 눈에 들어왔고, 종종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업무적으로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어서인지 늘 중간쯤에서 읽기를 그치곤 했다. 그러다 인문고전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은 혼자서 읽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되지 토론까지 할 게 뭐가 있나 싶었지만 토론 모임을 함께하면서 얻는 게 많아졌다. 다행스럽게 완독한 책도 늘어났다.
필자가 속한 독서토론회가 작년 대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 독서동아리 사례 발표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지역에도 독서동아리가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도권에는 유명한 인문학 단체가 많고 유료회원 위주인 독서 모임도 활발하게 운영된다고 들었다. 수도권 외 지역은 이런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대구지역 출판사인 학이사는 독서아카데미 개설과 더불어 독서토론회 '책으로 노는 사람들'을 운영하며 독서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독자층이 두꺼워져야 출판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면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책을 혼자 읽는 것에 비해 함께 읽어가는 것의 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독서 편식이 줄어든다. 참가 회원들이 각자 추천하는 책을 함께 읽게 되므로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책도 읽게 된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가질까 싶을 때도 많았다. 각자 살아온 삶의 여정이나 현재 처한 환경이 달라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된다. 어떤 행사장에서 몇 년간 책을 수백 권 읽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말투에서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는데 아마 그는 혼자 그 많은 책에 빠졌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독서 토론은 책 읽은 소감이 같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마다 가진 생각이 다름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다. 함께 책을 읽어나갈수록 생각은 더 유연해진다. 이런 경험이 켜켜이 쌓여갈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성숙해질 것이다.
배태만 〈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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