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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존재감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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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극단한울림 배우〉

2007년 대구 연극판에 발을 들였다.

빠듯한 극단 일정에 치여 도망치듯 향한 호주에서의 1년, 결혼과 출산으로 육아에 전념했던 요 몇 년, 이런 기간을 제외하고는 늘 대구에서 연극을 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필모그래피에 적힌 작품도 늘었고, 운 좋게 상도 몇 번 탔다. 이 정도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나의 길로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14년 동안 나는 늘 마음 저편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시달려왔고, 그 소리는 나를 위축시킨다. "존재감 없는 사람, 존재감 없는 배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함께 작업하는 직장인 연극반 회원이 "소품으로 술 박스가 필요하다"며 나를 앞세워 극장 옆 가게로 들어갔다. '소속 극단 한울림의 이름을 대면 쉽게 빌려주겠지' 하는 심산이었을 거다. 가게 주인분은 극단 배우들을 잘 알고 있어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던 분이었다. 나는 일이 쉽게 진행되리라 생각하고 당당히 빈 술 박스를 빌릴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동행한 회원분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일이 곧 성사되기 직전이다. 가게 주인분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 누군데?"

이런 일들은 나에게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위로한다. "그래, 평소 모습과 분장 했을 때의 차이가 컸을 거야" "내가 좀 내성적이어서 그렇겠지" "내가 자주 공연을 안 한 탓일 거야"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의 소리가 사라지진 않는다.

물론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에 나의 존재감이 달려 있지 않다는 걸 안다. 머리는 그것을 몇 번이고 수긍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마음은 여전히 쪼그라들어있는데.

나도 이제 당당해지고 싶다. 어깨 좀 펴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연극을 해야겠다.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 글을 적고, 몰입된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서야겠다. 작가와 배우, 관객은 나 자신이다. 공연 기간은 오늘부터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때까지 상시로 하는 게 좋겠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이 저 넓은 바다를 바라볼 때, 일렁이는 바닷속 보이지 않는 조개들을 떠올리진 않겠지. 그 수많은 조개 중 어떤 조개는 진주를 품고 있다는 것은 모르겠지. 언젠가 나 밝게 빛 날 그날, 그대들은 몰랐겠지만 나는 언제나 진주를 품고 있었다고 당당히 말하리라! 그 언젠가."
정선현〈극단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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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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