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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초아 〈아동문학가〉 |
지난해 가을 결혼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준비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얼마 전 이사를 했다는 직장 동료에게 여쭈었더니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가전제품과 가구를 모두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용 연수가 이미 지난 가전제품과 달리 가구는 막상 버리려고 하니 아까웠다. 특히 혼수로 산 화장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원목 제품이었다. 가져가려고 하니 남편이 반대했다. 바쁜 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이사 갈 집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을 아는 나는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막상 가구를 버리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인터넷으로 예전에 활용했던 중고 물건 거래 사이트를 살폈다. 그러다 우연히 '당근마켓'을 발견하게 됐다. 앱을 설치하면 간단히 활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곧장 설치해서 화장대를 시험 삼아 올렸다. 위치 인증을 받고 나서 물건을 올리는 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얼마 뒤 화장대를 구입하고 싶다는 문자가 속속들이 도착했다.
먼저 연락을 주신 분이 화장대를 가지러 왔다. 60대 중반이 넘은 노부부였다. 타고 온 승용차에 화장대를 넣자 부인이 탈 자리가 없었다. 사는 곳이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여서 내 차로 아주머니를 태워 드렸다.
"미국에는 중고 거래가 활발해요. 신랑이 미국에서 교수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오면서 전원주택을 장만했는데 집과 어울릴 만한 걸 찾다가 마음에 드는 걸 사게 돼서 기뻐요"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전원주택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화장대가 좋은 곳으로 시집간 듯해서 흐뭇했다. 그 후로도 책상, 침대, 탁자 등 많은 중고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나는 당근마켓 CEO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당근마켓 김용현 공동대표는 지역 중심의 중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경제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자원의 재활용과 선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다. 40대 초반인 김용현 대표의 성공보다 열린 사고와 용기 있는 도전이 더욱더 멋지게 느껴졌다. 이러한 사례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전이되어 명사형으로 정해진 직업을 선택하는 것보다 형용사형의 꿈을 펼쳐나가길 응원한다.
이초아 〈아동문학가〉
이초아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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