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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직원 수 늘어 인건비 부담 두 배 이상 급증" 영세中企 피가 마른다

2021-06-18

대구경북 中企, 최저임금·코로나 충격 이어 '엎친 데 덮친 격'
주52시간 대비 인력확충 나서지만 실질임금 감소에 기존 인력 이탈
외국인 근로자도 못구해 한숨...염색업계 납기 못맞춰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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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공을 구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는 대구시 북구의 한 봉제업체는 종업원 수가 15명이어서 다음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돼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영남일보 DB>

경북 칠곡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배기석(가명·45)씨는 최근 몇 달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비해 3조2교대에서 4조3교대로 근로자를 충원해야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데다 임금 감소에 그나마 있던 직원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기계를 돌릴 수 있는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주52시간으로 직원들은 야근 수당이 크게 줄어 실질 소득이 급감했고, 회사는 직원을 늘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면서 "어떻게든 직원을 구하려 기본급을 올려주다 보니 직원 수는 1.5배 늘고 인건비는 두배 넘게 급증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수혜를 기대하던 대구경북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른바 '물량떼기'식 박리다매를 위주로 하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제로 당장 주문이 들어와도 기계를 돌릴 생산인력을 못 구해 납기를 못 맞추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지역 중소기업들의 인력 공급망 역할을 했던 외국인 근로자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들의 입국이 언제 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역 중소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에로를 겪고 있다.

대구 성서산단의 한 염색업체 대표는 "염색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납기 기한이 짧은 단납기로 발주되고 있다"면서 "만일 주말에 야근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디 가서 기술자를 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외국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염색기를 종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한 만큼 유연한 근무 환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력단절 여성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이 주로 일했던 취약계층 일자리도 급격히 사라질 운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천개에서 최대 30만4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15만9천개, 2019년에는 10.9% 오르면서 27만7천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특히 음식숙박서비스 부문과 청년층, 정규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음식숙박서비스업의 경우 약 8만6천개~11만개가, 청년층 일자리는 약 9만3천개~11만6천개, 정규직은 약 6만3천개~6만8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취약계층과 청년층 일자리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

이미 일부에서는 정규직원을 아르바이트로, 알바를 일용직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 동구의 A마트 관계자는 "중소규모 마트 영업 특성상 5인 이상 직원이 필요하지만 주52시간 근로제를 앞두고 의사를 물어 일부 정직원을 아르바이트로 대체했다"며 "지금 당장에야 문제가 없겠지만 아르바이트 인원이 자주 바뀌는 등 문제로 운영에 차질이 생길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최저임금에 대한 구직자 의견조사' 결과, 구직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와 같거나(48.1%) 낮아야(15.7%) 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에서 최소한 동결을 응답한 비중이 67.3%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구직자들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취업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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