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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대성〈동시인〉 |
요즘 '어른이'라는 낯선 말이 들린다. '어린이'와 비슷한 듯 상당히 어색한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을 의미한다. 즉 어른과 어린이가 합친 상태다. 얼핏 보면 미성숙한 어른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어른이가 돼도 좋겠다 싶다.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일들, 나를 둘러싼 사방이 의무로 똘똘 뭉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힘든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당위성에 가끔 숨이 턱 막힌다.
몇 년 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김영만 종이접기 아저씨가 나왔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종이접기 달인이었다. 이제는 아저씨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든 김영만은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추억의 종이접기를 했다. 종이접기를 따라 하던 한 시청자가 힘들어하자 김영만이 "엄마에게 부탁하라"고 했더니 시청자는 "엄마가 환갑"이라고 답했다. 김영만이 환갑이신 어머니께 "테이프 좀 붙여주세요"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고 답했다. 대답을 들으면서 웃기고 슬펐다. 연세 드신 어머니께 어른이 된 아들이 테이프 붙여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웃겼고, 이제 어머니께 투정 부릴 수도 없는 어른이라는 상황이 슬펐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아니다. 순수한 동심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함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장난감을 조립하던 모습, 숨바꼭질하던 모습, 가족과 함께한 캠핑, 바닷가에서 온몸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물놀이했던 모습 등 놀이에 흠뻑 빠져 즐거웠던 기억이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가끔 현실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따라 하면서 어른이가 되어 보길 권한다. 근심 걱정 없이 웃을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까 말이다. 동심(童心)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순진무구하게 살아가는 어른이들이 더욱더 많아지면 좋겠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즐거운 어른들과 더불어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어른이가 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동심 가득한 동화나 동시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백대성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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