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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대성〈동시인〉 |
코로나로 인해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멀어졌다. 만남 횟수가 줄어들면서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가더니, 만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는 상태가 되어 갔다. 나름대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계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소중한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면 먼저 가족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늘 볼 수 있으니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자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 있다. 떼 지어 몰려다니면서 어울려 놀았던 다섯 명의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을 알고 지낸 지 벌써 30년이 넘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도 덩달아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의리'가 있었다. 교우이신(交友以信)이라는 말처럼 믿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던 시절이었다. 때론 신뢰가 깨져서 친구와의 사이가 멀어질 때도 있었지만, 지갑을 통째로 건네줄 정도의 강한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물론 지갑을 건네준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만난 동료들은 '척 하면 삼천리'라는 말처럼 서로의 고단함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가끔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직장 동료에서 시작된 관계가 간과 쓸개를 내놓고 보일 수 있는 간담상조(肝膽相照)의 관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친구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스마트폰 속에 저장된 연락처의 개수를 헤아려보았다. 500개 가까이 저장된 연락처 중에 내가 자주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폈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명 '던바의 수'라고 불리는 이론에 의하면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다시 추려보았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 친구들은 힘들 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들이었다. 지금 당장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지내고 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내가 먼저 물어야겠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꼭 만나서 소주 한 잔 기울이자는 약속도 해야겠다.
백대성〈동시인〉
백대성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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