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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민 〈책으로노는사람들회원〉 |
매미 울음소리 끝자락에 귀뚜라미 소리가 이어 달린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름을 맘껏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 '한여름 밤의 꿈'으로 달래보면 어떨까. 셰익스피어는 알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 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로미오는 읽었지만 줄리엣은 읽지 못했다'는 농담이 있을까. 필자는 동양고전과 서양고전을 매달 번갈아 읽고 토론하며 서평을 쓰는 모임인 '책으로 노는 사람들'에 2016년부터 참여하면서 '한여름 밤의 꿈'을 읽게 되었다. 극의 배경은 하지 무렵 그리스 아테네 근교의 숲이다. 서양에서는 하지 전날 밤에는 신비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전해진다. 물은 와인으로, 고사리는 꽃으로 바뀌고, 이슬에 맺힌 야생화와 나뭇가지는 신비한 힘을 가진다고 믿었다.
이 이야기처럼 '한여름 밤의 꿈'에도 이런 신비한 일들이 펼쳐진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을 시켜 자기 부인인 여왕 티타니아와 인간들에게 사랑에 빠지는 마법을 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어긋난 삼각관계에 빠지고 만다. 오베론은 마법을 풀어 젊은이들이 원래의 사랑을 찾아가게 한다. 이 작품에 매료된 작곡가 멘델스존은 17세에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작곡했고 그 후 16년 뒤에 12곡으로 구성한 극음악을 완성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에 연극을 한 편 그려보기도 했다.
지난달 이 책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하게 하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 공연 소식을 듣고 반갑게 소극장으로 향했다. 극단 폼의 창단 공연이었다. 이 극단은 지난해 창단했지만 코로나로 조금 늦게 창단 공연을 올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새로운 형식, 멋스러운 공연, 탈장르,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시도로 입체적인 연극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창단 공연을 올렸다.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원작의 스토리 뼈대를 살리고 코미디적 요소를 골라내 신체극 요소를 더해 슬랩스틱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극단의 대표는 원작의 여러 버전을 읽고 연구했다고 한다. '한여름 밤의 꿈'을 읽은 덕분에 연극을 보는 내내 배우들이 던지는 대사의 숨은 의미까지 파악하며 웃음 포인트에 함께 웃을 수 있었고 무대와 소통했다. 가을이 가기 전 책, 음악, 연극 중 어떤 '한여름 밤의 꿈'이라도 함께하며 2021년 여름과 잘 이별하면 좋겠다.
남지민 〈책으로노는사람들회원〉
남지민 책으로노는사람들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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