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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내 아들의 살얼음판 같았던 중학교 시절 - 학폭을 다시 생각한다

2021-09-15
진정림

벌써 10년 전 일이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어머니 놀라지 마세요. 00학생이 조금 다쳤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학교 보건실까지 뛰어 갔는지 모르겠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들은 일진이라고 일컫는 아이에게 단 한번 요령 없이 대들다가 구타를 당해 한쪽 눈이 부어 거의 감겨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남편도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학교로 왔고 가해자의 부모도 학교로 불려 왔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들의 얼굴을 그야말로 묵사발을 만든 그 아이를 용서하기로 했다. 가해자 부모가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담임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내성적이고 책을 좋아하는 아들은 말하자면 수컷의 세계와는 기질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의 늠름한 아들이 되기까지 가슴 졸였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축 처진 어깨로 하교할 때나 학교 가기 싫다고 말 할 때는 부모인 나로서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학교폭력 사건이나 집단따돌림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8월31일 북구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던 1학년 학생이 우울증 상담치료를 받던 중 아파트 10층에서 몸을 날려 생을 마감했다. 그 아이의 기질이 우리 아들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서 나 또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이가 어떤 마음의 고통을 겪었길래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무섭고 외로운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는 그동안 어떤 지옥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중학교 3년 내내 반친구들로부터 언어폭력과 따돌림을 당해온 것을 부모는 아이가 죽고 난 뒤에야 반 친구들의 제보로 알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부회장을 할 정도로 밝고 배려심이 많았던 아이였다니 집단 따돌림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부모가 분노하는 부분은 중학교 3년 내내 늘 시험감독으로 학교에 갔는데 세 명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따돌림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아이의 장례식에 단 한 명의 조문객도 보내지 않았고 집단따돌림의 정황은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부모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한다.


아이 부모는 억울한 마음에 청와대에 '집단따돌림으로 소중한 내 보물을 잃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도 해놓은 상태다.


내가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내 아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고 축 처진 어깨로 하교하면 더 이상 학교에 보내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학교에 중학교 시절부터 4년째 다니던 학생이 죽었는데 조문조차 오지 않고 아이의 죽음에 대해 어떤 도의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어느 부모가 더 이상 학교를 보내겠는가.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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