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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어머니 그립습니다' 유언 따라 3m 높이 돌탑 31개 쌓은 75세 할아버지

2021-10-13

상주 공성면 거배미마을 문형두옹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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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세운 탑(왼쪽) 옆에 선 문형두옹.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돌탑을 쌓고 있는 문형두옹(75)을 만나기 위해 경북 상주시 공성면 거배미 마을을 찾았다.


거배미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보호수로 지정된 큰 느티나무 두 그루가 손님을 맞아주었다. 거배미 마을은 남평 문씨와 경주 손씨가 대부분이다.


문옹은 1남 2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공을 들여 44세 노산에 늦둥이로 태어났지만 열 달 만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 어린 아들을 두고 쉽게 눈을 감지 못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찾기에 곁에 두자 배 위로 기어 올라가니 어린 아들의 손을 잡는 순간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살이에 어린 3남매를 키우기 위해 묵 장사. 찹쌀떡 장사로 생계를 꾸렸다. 어머니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때로는 엄하게 했지만 자상한 어머니였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근검절약이 몸에 밴 문옹은 나무 장사를 해서 어머니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어머니는 허리를 졸라매고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땅을 사 모았다. 문옹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3천 500평에 복숭아와 고추 2천 400포기 농사를 손수 짓고 있다. 복숭아밭 옆 둑에는 가을 햇살에 빨갛게 익은 고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옹은 해마다 복숭아를 첫 수확 하면 어머니가 공을 들인 장소와 부모님 산소, 평소에 즐겨 앉아 쉬시던 돌 위에 복숭아를 놓고 감사함을 드린다.


돌탑
문형두옹이 세운 돌탑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돌탑을 보기 위해 문옹이 운전한 경운기를 타고 산비탈 길을 20여 분 가니 다랑논에 세워진 돌탑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아들에게 "공덕을 잊지 말고 돌로 탑을 만들라"고 유언을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문옹이 70세가 되던 해에 돌탑을 쌓기 시작해서 현재 31개의 탑을 세웠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리워하는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만든 돌탑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각각의 돌탑에는 사연이 담겨 있다. 배 모양 돌탑은 어머니 살아생전 바다 구경을 시켜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정성을 쏟은 탑으로 배를 타고 세상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여행하시라는 뜻을 담아서 만든 탑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가족의 무병장수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거북바위 돌탑, 동자 탑, 모자 탑 등 모두 사연을 담고 있어서 설명을 드는 내내 효심에 감동했다. 31개의 돌탑 중 가장 높은 돌탑은 '갓바위 부처님 돌탑'으로 3m 50cm이고 나머지는 3m 정도이다.


문옹의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은 어머니가 44세 노산에 그를 낳아서 잘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 44개의 탑을 쌓는 것이다. 돌 하나하나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회한을 축적하면서 쌓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아버지가 54세에 세상을 떠나셨기에 54개의 탑을 쌓는 것이다. 문옹은 "앞으로 23개를 더 만들어야 하는 데 나이가 있어서 힘이 따라 줄지는 모르겠지만 완성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라고 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탑을 만들겠다는 문옹은 소원을 빌기라도 하듯이 애정 어린 눈길로 돌탑을 둘러본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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