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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글을 다시 가르치게 된다면

2021-10-07

남지민
남지민〈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한글학회가 제575돌 한글날을 맞아 국어운동 유공자에게 표창하는 '국어운동 유공 표창'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서 한글을 소재로 시를 써온 지역 출신의 문무학 시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의 수상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한글을 소재로 '낱말'(2009), '홑' (2016), 한글 자모시집 '가나다라마바사'(2019) 등의 시집을 펴냈다. 문 시인은 이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글은 내 앎의 유일한 통로였고, 한글을 안다는 것이 내 삶의 수단이었다. 교사, 신문기자, 시인 등 한글을 통해 먹고살았다. 한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글을 소재로 시를 썼다"고 밝혀온 바 있다.

내가 한글을 처음 배울 때를 돌이켜 보면 8칸 노트에 'ㄱ, ㄴ, ㄷ, ㄹ, ㅏ, ㅑ, ㅓ,ㅕ'를 빡빡하게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그림으로 보이던 글자는 거리의 간판부터 동화책까지 천천히 읽히기 시작했고 이후 한글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쓰는 것이라 여겨졌다. 세종대왕이 창제했고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쓴 사실은 전기를 읽게 되면서 알게 됐다. 학교에서 문법을 배우면서 한글에 관한 생각은 좀 달라졌다. 아음, 설음, 순음, 후음, 전설, 후설 등이 시험문제로 나오면서 과학적·체계적이라는 생각 대신 머리 아픈 문제로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한글을 가르칠 때도 시행착오는 이어졌다. 문자 카드로 글자를 외게 했고 연필이나 사인펜을 겨우 잡기 시작할 무렵부터 쓰기 연습을 시켰다. 아이가 역시 학교에서 문법을 배우게 되었을 때 내가 겪은 어려움을 다시 겪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내가 만일 다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다면 먼저 시를 읽어주고 ㄱ, ㄴ, ㄷ, ㄹ은 나중에 외게 할 것이다. 가녀린 손가락에 연필을 잡고 아, 야, 어, 여를 쓰게 하는 대신 하늘과 땅과 사람을 같이 그려 볼 것이다. 빨리 깨우치기보다 한글 자모를 입으로 굴려 보게 하며 발음 기관의 모양을 익히게 하며 아름답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들려줄 것이다. 문무학 시인의 시 한 편 감상하며 '다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다면'하는 생각을 정리해본다.

'ㄹ'/ 돌고 돌아/ 흐르는/ 물길이다/ 세월도/ 길도 삶도/ 'ㄹ'에/ 감겨있다/ 흐르고/ 또 흐르면서/ 풀리는 게/ 삶이다 (시집 '가나다라마바사' 중 '한글 자모 시로 읽기·4-닿소리 ㄹ'전문)
남지민〈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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